입법 실적쌓기… 법률 너무 자주 바꾼다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3분


상반기에만 456건 제·개정
공무원 “법 못따라갈 정도”

조세감면 대상 등을 규정한 조세특례제한법은 올 상반기에만 두 차례나 바뀌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개정안만 18건으로 하반기에도 수차례 개정이 예상된다. 세무법인 앤트 대표인 현성환 세무사는 “조특법 등 세무 관련법은 세무사나 세무공무원들도 1년에 한 번씩 개정되는 법전만 봐서는 변경된 내용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법률의 제정과 개정이 너무 잦아 법체계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법제처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시행 중인 법률은 모두 1233개로 올 들어 6월 말까지 제·개정된 법률은 456건이나 된다. 반년 동안 전체 법률의 3분의 1가량이 바뀐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는 의원입법이 급증하면서 임기가 1년 조금 넘은 18대 국회 법안 발의는 5205건에 달한다. 17대 국회 4년 동안 발의된 법안이 7489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숭실대 법학과 강경근 교수는 “법치(rule of law)가 아니라 법이 비처럼 쏟아져 나온다는 뜻의 ‘rain of law’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법제처 당국자는 “국내법을 외국에 소개하려고 애써 영문으로 번역해 출간했지만 곧바로 이 법이 개정돼 자료 가치가 없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복지 환경 등 국민 권익에 관한 법이나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 관련법은 현실을 반영해 바꿔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법이 정권 교체나 국회 구성이 바뀔 때마다 한두 조항씩 바뀌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이 입법 실적을 올리기 위해 한두 줄만 고친 개정안을 무더기로 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민주당 A 의원은 4월 법률개정안 50여 개를 한꺼번에 발의했다. 개정안은 각 법에 규정된 정부 관련 위원회 위원의 해촉 사유 조항 중 ‘심신장애’ 부분을 삭제하는 공통된 내용이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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