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상현 대변인은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개헌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며 “개헌 논의를 할 수 있는 정치적 지형이 형성돼야 하는데 지금은 여야가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개헌 논의가 정략적으로 이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개헌 논의 의도 속에 복잡한 정치적 복선과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며 “지금 시점에선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개헌 방향에 따라 향후 집권 판도가 달라질 수 있어 개헌 논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달 6일 미국 스탠퍼드대 초청강연에서 “대통령이 4년 일하고 국민이 찬성하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좋다”며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또 대선과 총선을 함께 실시하도록 선거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지금은 국회의장이 국면 전환할 문제를 꺼내들기보다는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지도력을 발휘하는 일이 급선무”라며 개헌 시기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개인적으로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제헌절 기념성명을 통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가 구조개혁과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를 5∼7개의 광역 단위로 나눠 각 지방정부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 연방제 국가로 개조하는 ‘강소국 연방제’를 주장하고 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