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최고병원이 툭하면 전기 끊겨”

  •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중국 상하이TV가 20일부터 방영 중인 북한 고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현장목격 북한’의 예고 화면(위). 지나가는 차량이 한 대도 없는 북한 평양 시내의 대로 교차점에 교통안전원이 부동자세로 서 있다. 뒤에 보이는 ‘허윈미부(核云密布)’는 ‘핵구름이 짙게 끼었다’는 뜻의 중국말로 최근 북한 핵개발과 관련한 미국 등의 제재 움직임을 먹구름이 잔뜩 낀 평양 시내의 날씨에 비유해 방송사 측이 화면에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하이TV가 20일부터 방영 중인 북한 고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현장목격 북한’의 예고 화면(위). 지나가는 차량이 한 대도 없는 북한 평양 시내의 대로 교차점에 교통안전원이 부동자세로 서 있다. 뒤에 보이는 ‘허윈미부(核云密布)’는 ‘핵구름이 짙게 끼었다’는 뜻의 중국말로 최근 북한 핵개발과 관련한 미국 등의 제재 움직임을 먹구름이 잔뜩 낀 평양 시내의 날씨에 비유해 방송사 측이 화면에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
中상하이TV, 北 현지취재후 ‘실상고발 다큐’ 이례적 방영
北서 취재편의 제공했지만 낙후된 현실 조롱으로 일관
우상화 동원된 학생 보도에 “코미디 방불” 댓글 잇따라

#“우리 병원에는 산모와 갓난아이가 전염되지 않도록 가족과 화면으로 면회하는 첨단 장비가 있습니다.” 의료진이 자랑스럽게 말하는 순간 병원은 정전으로 깜깜해졌다. 이어 TV에는 북한은 정전이 잦아 수술하기 전에 발전기부터 점검한다는 해설자의 코멘트가 나왔다.

#“중국과 달리 평양에는 사람들이 걷기만 하고 자전거는 안 탄다”고 하자 북한 측 인사는 “자전거는 낙후된 국가에서나 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메라는 차량이 1분에 10대도 통과하지 않는 평양의 주요 교차로와 ‘콩나물시루’가 된 만원버스가 시속 20km도 안 되는 속도로 움직이는 장면을 내보냈다.

중국 상하이TV의 다큐멘터리 전문 지스(紀實)채널은 지난달 초 북한에서 촬영한 5부작 다큐멘터리 ‘현장목격 북한’을 20일부터 매일 한 편씩 방영하고 있다. 편당 24분 분량으로 핵실험 이후 북한의 실상을 다양한 각도로 담았다. 1편 38선 여행에 이어 △격정 아리랑 △수령의 품 △150일 전투 △신비의 ‘김 태양’ 등으로 23일 현재 4편 ‘150일 전투’까지 방영됐다.

북한은 5월 25일 핵실험 뒤 처음으로 외국 매체의 취재를 허락했고 학교와 의료시설, 군부대에서 취재 편의를 제공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주로 북한의 형편없는 실상을 고발하고 비꼬는 내용이다. 중국 TV가 이처럼 북한의 어두운 현실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3편 ‘수령의 품’ 편에 등장한 평양 최고의 종합병원은 최신식 의료설비를 갖췄다. 환자들은 위대한 지도자의 은혜로 무료 진료를 받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이라고 앞 다퉈 말했다. 하지만 의료 자원봉사를 하는 네팔인 의사는 이 설비들을 작동할 줄 아는 의료진이 없다고 폭로했다. TV는 또 “네팔을 포함한 외국의 의료봉사팀이 열흘 동안 1000명의 백내장 환자를 수술해줬다”며 “북한은 백내장 같은 흔한 병도 치료하지 못하며 평양 밖의 지역은 마취약과 항생제조차 없다”고 전했다.

또 반미와 우상화 장면이 곳곳에서 보였다. 2편 ‘격정 아리랑’ 편은 8월 아리랑 축제를 위해 4개월째 준비하는 유치원생과 중고교생을 집중 소개했다. TV는 음악과 무용까지 정치무기가 된 북한에서만 10만 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아리랑 같은 초대형 공연을 만들 수 있다고 조롱했다. 중국 인터넷에는 “북한 주민이 불쌍하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는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북한의 2009년판 ‘속도전’인 ‘150일 전투’가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경제적인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각급 공장과 기업소들이 당국이 제시한 생산량 증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반기에 쓸 자재를 모두 쏟아 붓고 있어 전투가 끝나는 9월 이후에는 생산이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한 당국자는 “북한 지도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운의 후계체제 구축을 앞두고 주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150일 전투 뒤에도 100일 전투 등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소문이 돌면서 민심이 흉흉한 상태”라고 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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