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가족 “남북관계 좋지 않은 때라 걱정스러워”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9분


주민들, 조속 송환 호소

“어…, 어….” 30일 북한경비정에 예인된 한국어선 ‘800연안호’ 박광선 선장(54)의 부인 이아나 씨(49)는 어렵사리 연결된 전화를 통해 신음 소리를 낼 뿐 말을 잇지 못했다. 800연안호 선주이기도 한 이 씨는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 중이었다. 전화를 대신 받은 이 씨의 지인은 “충격으로 말하기조차 힘들다”며 “절대적으로 안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강원 고성군 거진읍 거진6리 집으로 돌아온 이 씨는 다소 기력을 회복했으나 많이 운 듯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여전히 말하기 힘들어했다. 소식을 듣고 직장이 있는 삼척시에서 급히 올라온 박 선장의 딸 미령 씨(29)는 “GPS 고장으로 월경한 것 같은데 사전에 미리 막을 수 없었는지 아쉽다”며 “남북 관계가 좋지 않은 시기라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 선장의 집에는 이웃 주민들이 모여들어 걱정을 나눴다. 선장 박 씨와 기관장 김영길(54), 선원 이태열(52), 김복만(54) 씨 등 4명은 모두 거진초등학교 동기동창으로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800연안호의 선적지인 거진항은 이날 휴가철이 무색할 정도로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뒤 서둘러 입항한 어선들로 항구는 꽉 차 있었다. 어민들도 삼삼오오 모여 이 문제를 논의했다.

고성군채낚기선주협회 회원들은 사무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결과 회원들이 소유한 어선 30척은 당분간 조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관계기관에 800연안호 선원들의 조속한 송환에 힘써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보내기로 했다. 황달수 고성군채낚기선주협회 회장은 “박 선장은 30년 넘게 배만 탄 사람인데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는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고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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