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엔 카터 방북 김일성과 북핵 담판

  • 입력 2009년 8월 5일 02시 56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1994년 6월 미국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북한을 방문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과 15년 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 핵 문제를 놓고 북-미가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개인 자격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하고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폭격까지 검토하는 등 1차 북핵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던 시점에 평양을 전격 방문했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카터 전 대통령과 만나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며 핵시설 동결과 IAEA 사찰관 잔류 등에 동의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또 미국의 지원으로 경수로 건설이 이뤄지면 기존 원자로를 해체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의사를 즉시 백악관에 전달해 미국의 강경한 대북 기류를 대화 쪽으로 선회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 결과 북-미는 그해 10월 제네바합의를 통해 1차 북핵 위기를 봉합할 수 있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방북 후 서울에 들러 김 주석의 남북 정상회담 의사를 김영삼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정상회담은 김 주석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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