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 2명이 조만간 석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성공단 근로자 A 씨와 납북된 ‘800연안호’ 선원 등 한국인 억류자들의 귀환은 여전히 기약이 없는 상태다.
북한은 미국인과 한국인 억류자 문제를 각각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한국인 억류자 석방 문제를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북한이 미국인 여기자만 석방하고 한국인 억류자 석방을 늦춰 남한 내부의 분열을 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미국인과 한국인을 철저히 차별함으로써 남한 내 일부 정치세력 등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도록 만들어 남남(南南)갈등을 유발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미국이 한미 억류자 문제 해결에 보조를 맞춰 줄 것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번에 북한이 미국 여기자와 함께 한국인 억류자도 석방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대미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엔 남북관계를 경색시켰던 과거의 패턴으로 볼 때 기대하기 어려운 카드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 여기자들에 이어 한국인 억류자들을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귀환시켜 줄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에서 여기자 이외의 문제는 거론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 측의 공식 견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방북으로 남북 간 인도적 문제도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