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대치후 협상’ 北전술 또 먹혔다

  • 입력 2009년 8월 6일 02시 57분


“나쁜 행동에 보상 악순환” 美내부서도 비판론 대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은 ‘벼랑 끝 대치 후 대화 손 내밀기’라는 북한의 전통적 협상 전술이 또 한 번 먹혀든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94년 1차 핵 위기와 2002년 2차 핵 위기 때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해 대담한 무력시위를 벌이고 상대방의 대응에 맞서며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돌연 얼굴색을 바꿔 대화 국면을 조성해 왔다. 그 대표적인 수단은 미국 등 해외 고위급 인사들을 평양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와의 핵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1994년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해 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만들었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한 뒤에는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과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을 초청한 뒤 이들의 중재로 그해 12월 북-미 양자회담을 성사시켰다.

한편 미국 백악관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순전히 개인적이고 인도적인 목적의 방북이었다”고 강조하지만 미국 내에선 벌써 “나쁜 행동을 보상하는 악순환에 다시 빠질 위험이 있다”는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다.

공영 라디오방송 NPR는 4일 “여기자 구명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전문가 의견(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과 더불어 “북한의 나쁜 행동을 용인하고 보상하는 걸로 비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비판론(피터 브룩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을 비중 있게 내보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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