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 달라진 北, 오바마에 전할 메시지 주목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은 미 행정부와 북한과의 대화 및 협상이 막힌 상태에서 워싱턴과 평양 간 메시지의 전달 통로를 넓혀줬다. 정부는 여기자 석방이라는 인도주의적인 문제에 국한됐다고 하지만 북한에서 모든 것은 정치와 연관돼 있다. 두 사람은 북한의 대내외적 정치 상황에 대해 비공식적인 의견을 나눌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를 검토하게 될 것이다. 이번 방북은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호전적 태도와는 크게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것이 핵문제에 대한 북한이나 미국의 실제적인 접근방식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북한은 북-미 양자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다른 5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양자회담의 목적이 6자회담 재개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北-美관계 돌파구 마련’ 속단하기 어려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교착상태인 북-미 관계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가 변하지 않고 있고 미국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대응할 뿐 아니라 2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방침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클린턴 전 대통령을 파견한 것은 정치적인 협상보다는 두 명의 여기자를 석방시키는 데 ‘고위층’을 보내라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 미국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협상 과정에서 중국과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도 관심이다. 중국은 북-미 간 직접 접촉을,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환영한다. 다만 방북 협상 과정에서 중국과 전혀 협의가 없었다면 이는 중국과 미국 간 관계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北-美 전략적 교감… 韓-日역할은 줄어들 것 이번 일은 미국과 북한이 서로 전략적으로 이용한 성격이 짙다. 북한은 기자들을 이용해 북-미 직접대화를 꾀했고, 미국으로서도 대화를 통해 현 상황을 타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전에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도 뭔가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다. 미국은 겉으로는 인도적 문제라고 한정하지만, 북한으로선 그 이상의 ‘약속’ 없이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과 기자 석방에 응했을 리가 없다. 북-미 직접대화가 이뤄짐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역할은 당분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핵문제가 긍정적으로 진전되면 경제지원 문제가 따를 텐데 이를 담당할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기 때문에 양국의 존재감은 반드시 부상할 것이다. 또 미국과 북한이 뭔가를 합의하더라도 이를 보장해야 할 나라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중국이 맡게 될 것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