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중도실용주의에 대한 기대와 우려
중도실용주의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철학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6월 15일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근원적 처방'을 언급한 이후 중도실용주의가 전면에 등장했고, 지금은 이를 실제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작업들이 진행 중입니다. 청와대는 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동시에 각 정부 부처들의 구체적 실천 방안들을 담은 소책자를 조만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도 중도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담긴다고 합니다.
중도실용주의는 쉽게 표현하자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지역 편향과 이념 편향을 드러내면서 서로 반목하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입니다. 인사를 할 때 가급적 지역 안배를 고려하고 정책에서는 성장과 분배, 경쟁과 평등 같은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두루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도 나옵니다. 이것저것 섞어 잡탕을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 도대체 이명박 정권의 정체성이 뭐냐, 임시방편으로 국민의 인기를 끌려는 사기극 아니냐는 식입니다. 이명박 정권을 지지해온 보수 진영 쪽에서는 다소간의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고, 진보 진영 쪽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이 세상에는 제대로 된 나라치고 일방적으로 어느 한 쪽의 가치만을 추구하는 곳은 없습니다. 딱히 중도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뭣하지만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에 좀더 무게중심을 두느냐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중도실용주의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주의주장이 아니라 정교한 실천 플랜입니다. 예컨대 경쟁의 원리가 필요한 곳엔 경쟁, 평등의 원리가 필요한 곳엔 평등 정책을 써야지 마구잡이로 두 가지의 가치를 혼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정된 국가 재원을 미래의 성장을 위한 투자와 현실의 분배에 어떻게 적절히 배분할 것인지도 잘 가늠해야 합니다. 당장 입에 단 것만 추구하다가는 국가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