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 5일째인 14일에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상황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이 사실상 김 위원장을 못 만났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현 회장 일행은 이날 오전 현대 측에 15일까지 방북 일정을 하루 더 연기하겠다고 알려오면서 “일정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해와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이날 오전 개성공단으로 출경하면서 “현 회장이 13일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았고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만찬을 함께하며 관심사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15일 현 회장과 함께 귀경할 계획이다.
한 당국자는 “김 부장이 현 회장을 접촉한 결과 서로의 생각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보고를 받은 김 위원장이 현 회장과의 만남을 거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14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북남 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처해 있으며 그 책임은 남한 정부의 반공화국(반북) 책동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800 연안호’와 선원 4명의 귀환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른 당국자는 “현 회장이 북한에 체류하고 있는 광복절이나 휴일에 북한이 선원들을 석방할 가능성은 낮고 17일부터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되기 때문에 시기가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물론 현 회장이 15일 귀환 전에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현대그룹 관계자들은 14일에도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개성공단 정상화와 억류 재발 방지 약속 등 ‘선물 보따리’를 들고 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