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제도
MB “소선거구제 수술 필요”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검토
○ 행정구역
여야 모두 개편에는 공감, 지방선거 1년 안남아 논란
○ 개헌논의
MB “선거 횟수 줄여야”…靑, 개헌 필요성 배제 안해
정치개혁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이 윤곽을 드러냈다.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양대 화두를 던졌다. 이 대통령은 “여당이 좀 손해를 봐도 꼭 이뤄내야 한다”며 정치권의 대승적 참여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어제오늘 제기된 게 아니었던 만큼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 선거제도 개편
현행 소선거구제는 선거구별로 최고 득점자만 선출하는 방식이다. 영남에선 한나라당이, 호남에선 민주당이 당선되기 마련이다. 지역주의 정치를 심화하는 제도적 병폐로 꼽혀 왔다.
이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편을 요구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기인한다. 이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극복하자고 아무리 말해도 선거제도를 그대로 두는 한 극복할 수 없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진통제로만 다스릴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이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며 “여야 정치권이 근원적 해법에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를 했으면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전했다.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5년 “중·대선거구제를 받는다면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며 대연정과 함께 선거제도 개편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반대해 무산됐다. 현재의 지역구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을 때 중·대선거구제가 실시되면 민주당은 영남에서 2, 3위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지만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의석을 갖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여당의 손해’를 거론한 것도 이런 현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중·대선거구제는 장기과제로 검토하더라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 등은 여야가 합의하면 시행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 행정구역 개편
행정구역 개편도 큰 틀에서 지역주의 극복과 맥락이 닿아 있다. 여야 모두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작년 9월 이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회동할 때 정 대표의 제안으로 합의된 사안이기도 하다. 다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17대 국회에선 여야가 특위를 구성해 시도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통합해 전국을 광역단체 60∼70개로 재편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더 진전시키지 못했다. 18대에서도 올해 6월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가 구성돼 다음 달 말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허태열 특위 위원장은 “그동안 여야 간에 정파를 초월해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다루자는 데 합의해 왔다. 큰 과제인 만큼 국가와 역사를 위해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아 실행 시기에 대해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 개헌 논의로 이어지나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한 해도 선거가 없는 해가 없다”며 선거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12년에 대선과 총선이 실시되는데 선거 횟수를 줄이려면 그 전에 대통령(5년)과 국회의원(4년) 임기를 맞춰 매번 같은 시기에 선거를 치르는 방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등 더욱 구체화된 논의로 발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국회에서 논의가 돼야 하고 청와대는 일단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개헌도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개헌 필요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선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1년에 두 번 치르는 재·보궐선거를 한 번으로 조정하더라도 국가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