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15일 오후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측근인 이정현 의원과 함께 사전 연락도 없이 조용히 병원을 찾았다. 박 전 대표는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35주기 추도식을 마친 뒤 병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가 방문했을 때 이 여사는 중환자실의 김 전 대통령을 면회하러 간 상황이어서 박 전 대표는 20여 분간 대기실에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전 의원 등과 환담을 나눴다. 박 전 대표는 이 여사가 대기실로 들어서자 이 여사의 손을 붙잡고 “얼마나 걱정이 많으시냐. 안정이 돼 간다는 보도를 듣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찾아뵙는 것도 폐가 될까 조용히 왔다. 직접 뵙고 가지는 못하지만 회복을 기원 드린다는 말씀을 전해 달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일 김홍업 전 의원에게도 인사를 한 뒤 병원 지하 주차장을 통해 돌아갔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었던 1999년 5월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를 방문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6·25의 폐허 속에서 근대화를 이루고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나는 박 전 대통령과 진심으로 화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박정희기념관건립위원회 명예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박 전 대표는 2004년 8월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를 찾아 “아버지 시절에 많은 피해를 보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위로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16일까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 가이어 룬데스타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사무총장,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 김 전 대통령 저서 ‘옥중서신’의 영문판 번역자인 데이비드 매캔 미국 하버드대 한국문제연구소장, 북아일랜드 출신의 메어드 맥과이어 노벨 평화상 수상자, 존 던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일본의 진보적 역사학자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이 e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측과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며 “위기를 넘긴 10일부터 직접 병원을 찾은 인사만 80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