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 이후 현 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면담을 애타게 기다려온 현대그룹 및 현대아산 직원들은 16일 마침내 만남이 이뤄졌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밤까지만 해도 현 회장의 일정이 다섯 차례나 연장되고,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대한 전향적인 제안이 나오지 않자 ‘이러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며 초조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17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을 북측이 강하게 비난하면서 “16일을 넘기면 김 위원장 면담은 물 건너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2박 3일 일정이 7박 8일로 늘어나는 동안 다른 정보 없이 현 회장 일행의 전화에만 의존해 초조함은 더욱 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현 회장 일행을 면담했을 뿐 아니라 함께 오찬을 하며 ‘따뜻한 담화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북 사업의 물꼬를 트는 선물 보따리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며 크게 반기는 분위기였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자세한 상황은 현 회장 일행이 돌아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단 김 위원장을 만났다면 현안인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를 약속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회장이 출발 당시부터 김 위원장을 만나는 일정을 목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면담이 성사됐다는 것 자체가 예상 밖의 성과를 올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당국도 두 사람의 면담 소식에 놀라는 분위기였다. 정부는 현 회장이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13일까지만 해도 면담 성사를 예상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14일에도 면담이 이뤄지지 않고 잇따라 일정이 연기되면서 만남 자체가 불발될 것을 우려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