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복 “현정은, 혹떼러 갔다 혹붙이고 왔다”

  • 입력 2009년 8월 17일 15시 18분


북한민주화 포럼 이동복 대표동아일보 자료사진
북한민주화 포럼 이동복 대표
동아일보 자료사진
북한민주화 포럼 이동복 대표는 1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 결과와 관해 "이번에 현정은 회장이 혹을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이고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평화방송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합의사항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합의사항에 포함되지 않은 현 회장과 김정일, 북한 관계자들 간 오간 대화내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려면 대한민국의 주도로 이뤄져야 하는데, 현 회장이 평양에서 가져온 내용을 보면 여전히 남북관계의 주도권은 북한에 있고 북한의 것을 그대로 받아가지고 오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남북간 대화에서 양측이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공동 번영을 위한 협력사업을 적극 발전시켜나갈 의지를 표명했다'고 합의한 데 대해 "그게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그 동안 왜곡되고 굴절되었던 원인이 6·15 성명에 있다"며 "그런데 6·15 선언과 10·4 선언을 계승, 발전시킨다고 하는 차원에서 합의를 해 가지고 돌아온 것인데 이러면 남북관계는 절대로 정상화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해서 상당히 정확한 수순을 밟아왔는데 (현대와 북한 아태평화위의) 평양 합의 내용을 보면 그 동안 이명박 정부가 보여줬던 것은 가면이고 실제로는 옛날 노무현·김대중 정부 때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연안호 선원 송환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문제는 당당하고 떳떳하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무슨 뒷골목 뒷방 거래하듯이 감춰놓고 하는 것은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비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틀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는 의혹을 감출 수가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대북특사 파견론에 대해서도 "특사라는 것은 우리가 뭐 줄 게 있어서 가는 것인데, 받아오려 가는 특사를 저쪽에서 청하지도 않았는데 보낼 수는 없다"면서 "개구멍으로 사람 집어넣듯이 특사를 집어넣는 식으로 문제가 논의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현정은 회장과 김정일과의 만남이 이뤄지고 합의사항이 이뤄졌다 나왔다는 것은 사실은 북한이 굉장히 지금 몰리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북한이 몰리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가 풀어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바보스러운 짓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 회장은 다섯 차례 방북기한 연장 끝에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에 성공해 금강산 관광 재개, 추석 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의 교류 사업에 합의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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