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5개항중 4개는 당국 협의 필수… 남북, 접점 찾을까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北 생존전략 위해 현대 활용, 남북관계 국면전환 노린듯
정부 대북정책 원칙 지키며 北진정성 충분히 확인해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7박 8일의 방북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5대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상대방과의 대화를 원하는 남북한 당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가 현대그룹과 5개 항에 합의한 것은 사실상 남한 당국에 대한 대화 제의라고 할 수 있다. 5개 항 가운데 4개 항은 남북한 당국 간 협의가 필수인 사항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이 주도하는 강력한 제재 국면을 피하기 위해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의 국면전환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정부도 북한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직접대화를 추구하자 이에 발맞춰 남북 대화를 재개할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정부는 이번 현 회장의 방북을 활용한 듯하다. 현 회장은 북측과 합의한 5개 항에 대해 방북 전 정부 당국자들과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북한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정부의 대북정책이 효과를 나타냈다는 뜻”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정부가 북한의 진정성을 충분히 확인하고 지금까지 국민에게 홍보해온 대북정책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또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는 것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살펴야 한다. 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의 독재체제와 남한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송영대 전 통일원 차관(전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도 “북한이 정부와 민간을 이간하고 남한의 여론을 떠보려는 술책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사회가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5대 합의가 유엔 결의 1874호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검토해야 하고 특히 금강산관광을 통해 돈이 들어가는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정부가 당국 간 협상을 통해 군비로 전용될 수 있는 현금 대신 현물로 관광 등의 대가를 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흔들리지 않는 대북정책은 결국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고 국제사회에서도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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