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2시 23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귀환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일정을 다섯 차례나 연기하자 ‘빈손 귀환’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았지만, 현 회장은 이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놓았다. 방북 성과에 대한 기쁨을 드러내듯 빨간 재킷을 입은 현 회장은 말을 아꼈던 출경 때와 달리 대북 사업 재개에 대해 여유 있고 자신감 있게 발언했다.
현 회장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16일 묘향산에서 점심식사를 겸해 낮 12시부터 4시간 동안 ‘화기애애하게’ 면담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에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당면 현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지난해 일어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대해서도 “앞으로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 회장은 전했다. 관광사업 중단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에 숨통을 틔우는 낭보였다.
현 회장은 또 아태평화위와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 및 비로봉 관광 개시, 관광 편의와 안전 보장 △육로 통행 및 체류 관련 제한 해제 △개성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 관광 개시 △올해 추석 때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5개 항의 교류사업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번 합의는 어디까지나 민간 차원의 합의이기 때문에 실현되려면 남북 당국 간 대화를 통한 구체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 당국 간 합의가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날 오후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만나 전날 김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협의한 내용 등을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