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17일 오전 공동보도문을 통해 현대와 북측의 구체적 합의 내용이 발표되자 현대아산은 곧바로 대북사업 정상화에 필요한 실무 조치 점검에 들어가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이 어디까지, 얼마나 빨리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이 많았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특히 금강산 관광 재개나 (금강산 만남을 전제로 한)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박왕자 씨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 문제가 남아 있어 우리 정부의 인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오후 현 회장과 함께 돌아온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모든 사업을) 최대한 빨리 정상화할 계획이지만 금강산 관광보다는 개성 관광이 먼저 시작되지 않겠느냐”며 “모든 것은 우리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 공단 활성화에 합의한 것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학권 개성공단 기업협회 회장은 “이번 방북으로 기업인들의 최대 숙원인 신변보장과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가 풀릴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됐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북측이 임금인상 및 토지사용료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반응도 많았다. 최근 북측 근로자를 돌려보내고 일부 인력과 설비를 철수시킨 한 입주업체 대표는 “지난해 12·1조치로 8개월 넘게 통행이 차단되면서 이미 상당한 손실을 봤다”며 “북측이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는 한 생산라인을 이전 수준으로 복구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