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야누스 흉내 내는 북한

  • 입력 2009년 8월 18일 17시 10분


◆동아논평: 야누스 흉내 내는 북한

북한이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기자 2명을 풀어주더니 지난주에는 개성공단 근무자 유성진 씨를 억류 137일 만에 석방했습니다. 16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묘향산에서 4시간 동안 만났습니다. 이후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현대그룹이 공동보도문을 발표했습니다. 보도문에는 금강산 관광재개, 남북 간 육로 통행 원상 회복, 개성 관광 재개, 백두산 관광 시작, 추석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의 합의가 담겨 있습니다.

얼핏 보면 북한이 묶인 것을 차례로 푸는 듯한 모습입니다. 자칫하면 북한을 '착한 상대'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북한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 필요한 때입니다.

유 씨 문제가 풀려 다행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비인도성을 입증한 사건이라는 본질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북한은 국경을 넘은 미국 기자들을 재판에 회부해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지만 유 씨는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자기네들 법으로도 처벌할 수 없는 유 씨를 억지로 억류했다 마지못해 풀어준 것입니다. 사과를 요구하면 했지, 고마워해야 할 일은 아니지요.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중단의 원인도 북한이 제공했습니다. 북한 초병이 관광객을 사살하고도 합당한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중단한 겁니다. 금강산에는 지난해 7월 12층짜리 이산가족면회소가 들어섰습니다. 우리가 550억원을 들여 지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이산가족 손님을 맞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2007년 11월 이후 이산가족 상봉을 일방적으로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오늘 논평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남북관계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필립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과 현대그룹이 이룬 주변적 조치들은 본질적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비핵화를 위한 결정적 조치들, 되돌릴 수 없는 조치들을 취하는 것을 보길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와 2차 핵실험은 올 4월과 5월의 일입니다. 북한이 교류를 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반대편 얼굴은 동포를 위협하는 잔혹한 모습입니다. 북한의 야누스 흉내를 경계해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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