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고위급 대규모 조문단 파견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6분



김정일 위원장 명의 조전 통해 애도 표할 듯
북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조만간 조전(弔電)을 통해 조의를 표시하고 대규모 조문단을 파견해 올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햇볕정책을 통해 대북 지원에 힘썼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5공동선언에 서명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와는 달리 북한이 대남 대화국면을 조성하고 있어 ‘조문정치’를 통해 대외적으로 유화 메시지를 던지려 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김 위원장은 자신 명의의 조전을 보내 고인을 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2001년 3월 21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사망 때와 올해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자신 이름으로 조의를 보냈다. 북한은 정 명예회장의 빈소에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4명의 조문단을 보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때에는 2차 핵실험을 한 탓인지 조문단을 보내지 않았다.
북한이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문단을 보낼 경우 정 명예회장의 전례에 따른다면 이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올 것으로 보인다. 이 부위원장은 생전의 김 전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난 지인이다.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김영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제1부국장(전 내각 참사)이 올 가능성도 있다. 6·15공동선언실천위원회 북측 대표도 실무적인 차원에서 함께 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가원수를 지낸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선 예우 차원에서 더 높은 급의 인사를 대표로 파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북한의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아태평화위 위원장이 대표로 올 것으로 보인다.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대표로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2005년 8월 8·15민족대축전 당시 북측 방문단 대표로 방한해 국립서울현충원에 헌화했다.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행정부 수반인 김영일 내각총리가 움직일 가능성은 다소 낮아 보이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의 조문단 파견은 남북한 당국이 조문이라는 전통적인 예절을 매개로 접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문단이 방한하기 위해서는 일정과 교통수단, 경호 등의 문제를 놓고 당국간 사전 실무협의가 필수적이다. 김 위원장은 13일 현대아산 억류 근로자 유성진 씨(44)를 석방하고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5개 항의 교류협력 사업에 합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남측과의 당국간 대화 의지를 피력해 왔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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