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前회장 등 재계 조문
美-中-日 등 8개국 대표단
내일 영결식 참석하기로
고은 시인 헌시로 추모곡
가수 신형원씨가 곡 붙여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서거 나흘째인 21일 빈소가 차려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조문한 것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 주한 외교 사절, 일반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DJ의 생전 활동이 담긴 신문기사나 흑백사진을 영정 앞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오전 10시 30분경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국회 본청 2층 출입문 바깥쪽에 설치된 대표 분향소를 찾았다. 이 대통령 내외는 헌화와 분향, 묵념, 목례를 한 뒤 이희호 여사와 차남 홍업, 삼남 홍걸 씨 등 유족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조문록에 ‘나라 사랑의 그 마음 우리 모두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본청 3층에 마련된 유족대기실에서 이 여사를 만났다. 이 여사가 “국장으로 치르게 해 주셔서 감사드릴 것이 많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예우를 받으실 만한 업적을 갖고 계시고, 국장을 엄수하는 게 남은 사람들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재계 고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도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등 삼성 사장단과 남용 LG전자 부회장 등 LG그룹 최고경영진도 국회를 찾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국회 대표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이희호 여사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현 회장의 시아버지인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1998년 시작한 금강산 관광사업은 DJ의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 올브라이트, 미국 정부 조문단장으로 영결식 참석
23일 DJ의 영결식에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등 8개국이 조문단을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DJ 측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을 단장으로 10여 명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DJ 대통령 재임 시절 평양을 방문했다. 중국은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포함한 11명의 조문사절단을 보내기로 했다. 일본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중의원 의장을 조문특사로 파견한다고 알려왔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등 42개국 주한외국 대사들은 이날 국회를 찾아 조문했다.
○ 386 인사들 합동 분향
386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국회에서 합동 분향식을 열었다. 민주당 임종석 오영식 우상호 전 의원을 비롯해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출신인 김영춘 전 의원 등 15명이 참석했다. DJ는 전국대학생협의회 대표자를 중심으로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이끈 이들을 15대 총선 때부터 제도권 정치로 끌어들였다. ‘젊은 피 수혈’ 차원이었다. 임 전 의원은 분향 뒤 “DJ는 민주화 동지이자 넘어서고 싶은 거목이었다”며 “건전한 민주주의와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고은 시인의 헌시로 추모곡 마련
국회도서관은 이날부터 영결식이 열리는 23일 오후 5시까지 국회 잔디마당 분수대 앞에서 DJ의 인생 역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진 30여 장과 관련 서적 150권 등을 전시한다. 고은 시인이 지은 시에 가수인 신형원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교수가 곡을 붙인 DJ 추모곡도 완성됐다. 신 교수는 DJ가 평소 좋아하던 가수였다.
○ 권노갑, “뵙고 싶을 때마다 만져보고 바라봐”
권노갑 전 민주당 상임고문(80)은 이날 기자와 만나 “대통령님이 주시는 최후의 선물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라며 안주머니에서 검은색 몽블랑 만년필을 꺼내 어루만지면서 눈물을 흘렸다. DJ는 권 전 고문이 미국 하와이대 연수를 떠나기 하루 전인 2월 27일 동교동 자택으로 불러 만년필을 쥐여주면서 당부했다. “내가 늘 공부하고 쓰던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계획한 목표를 반드시 이루고 돌아오게.” 그는 1961년 5대 민의원(강원 인제) 보궐선거 당시 목포상고 4년 선배인 DJ의 비서로 인연을 맺은 뒤 평생을 ‘DJ의 분신’으로 살아왔다. 그는 “대통령님이 뵙고 싶을 때마다 꺼내서 만져보고 바라본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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