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극적 ‘조문정치’… 유화 제스처로 대남관계 관리 나서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빈소 들어서는 김기남-김양건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왼쪽)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조문단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빈소 들어서는 김기남-김양건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왼쪽)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조문단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고위급 대화 제의 왜

美와 관계개선 진전 없자‘12·1조치’ 해제 등 南에 손짓
玄통일, 어제 내내 면담준비 “열린 자세로 의연하게 할 것”

북한 조문단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22일 회동키로 해 회동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정부는 조문단이 어떤 수준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가지고 왔는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 여부도 관심사다.

○ 대내외 상황 고려한 대남 유화 공세

북한은 13일 개성공단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 씨(44)를 석방하고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교류협력 5개 항에 합의했다. 21일에는 조문단 방문에 맞춰 개성관광 중단을 제외한 ‘12·1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이렇게 잇단 유화 메시지를 던진 뒤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의했다.

북한은 올해 5월 2차 핵실험 등에 대해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이 강력한 제재조치를 실행하자 당분간 남북관계를 회복시켜 숨통을 틔우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이달 4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려 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지난해 이후 대남 공세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꾸지 못했다고 판단했고 공세를 하려고 해도 내놓을 카드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 지도부는 김 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의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대남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전술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당국 간 회담 어떻게 이뤄질까

정부 당국자들은 조문단 방문 전부터 북측이 조문을 계기로 협상을 제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북측이 요청하면 공개적으로 만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회담 전략 마련에 고심해왔다.

조문단의 핵심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이 남측의 장관급에 해당하는 만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만난 뒤 필요하다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접견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 장관은 21일 오후 내내 회담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 첫 고위급 회담이므로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하기보다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교환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며 “서로 관계 회복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할 수만 있어도 큰 수확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국자들은 북한과의 회담 자체보다 이에 대한 보수 진영의 비판적 여론이 확대되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측의 요청이 있으면 만날 수 있지만 우리가 먼저 만나자고 할 필요는 없다. 열린 자세로 하겠지만 당당하고 의연하게 하겠다. 평상심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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