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문단 뭘 남겼나

  • 입력 2009년 8월 24일 02시 50분


① 여전한 북한
강온 양면전술 구태 답습
②복잡한 남한
보수-진보 갈등 또 드러나
③ 난감한 정부
중도-실용 정책 험로 예고

북한 조문단은 2박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매우 적극적인 대남 ‘조문정치’를 폈다. 북한은 강온 양면 전술을 번갈아 사용하며 체제유지를 노리는 대남전략을 답습했다.

이 과정에서 남한 내부의 대북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남남(南南)갈등도 여전함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은 이명박 정부의 상생·공영 대북정책의 앞길이 평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①총 쏘고 악수하자는 북한 행태 여전=정부가 남북관계의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면 북한의 대남 전략전술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북한은 남한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온갖 비방과 공세로 긴장을 조성해 몸값을 올린 뒤 돌연 대화를 제의하는 전술을 구사해 왔다. 1998년 김대중 정부나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을 총으로 쏜 뒤 남북관계를 악화시켜왔다”며 “최근 변화의 몸짓을 보이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택한 전술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②한국 사회 ‘남남갈등’ 구조 드러나=북한의 대남 유화 공세에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은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북한이 김대중평화센터로 조문단 파견을 알린 것에 대한 양측의 반응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수 진영의 선진화개혁추진위원회는 “대북정책은 아직도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비영리 민간단체가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도 “사설(私設) 조문단 아니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 민주당의 한 의원은 “그런 속 좁은 생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박차려 해서야 되느냐”고 지적했다.

③정부의 중도·실용 대북정책 험로 예고=이번 북한 조문단의 서울 방문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만든 우연하고 부담이 없는 남북 대화의 기회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조문단을 만나기 전에 장고(長考)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지지층 내부의 심각한 반북 정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의 대남 정책과 남한 내 갈등 구조가 바뀌지 않는 환경에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음을 절감했을 것이 분명하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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