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연안호 조기 석방 등 요구
남북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22일 오전 면담 등 4차례에 걸친 고위급 접촉을 통해 향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현 장관 등이 북측에 그동안 현 정부가 출범 이후 일관되게 추진한 대북정책을 큰 틀에서 설명했다”며 “북한 측은 쌀과 비료 등 구체적인 지원을 요구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당국자는 김 부장이 현 장관에게 포괄적으로 정부 차원의 대북지원 재개를 희망한 것으로 관측했다. 북한은 최근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통해 금강산과 개성, 백두산관광 재개를 희망했고 10·4정상선언 등을 통해 남한 정부가 약속한 대규모 개발원조나 경제협력 사업의 재개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장관도 대북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치 및 인도 분야에 집중된 남측의 희망사항을 자연스럽게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800연안호’ 선원 조기 석방과 판문점 남북전화 재가동 등 당국 간 대화채널 복원, 북한 매체들의 남한 정부 비방 중단 등도 그동안 정부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내용들이다. 또 북한이 원하는 경제 지원을 위해서라도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북한 당국 차원의 유감 표명과 방북 한국인들의 신변안전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북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양측은 앞으로 고위급 회담 등을 열어 정식으로 서로의 희망사항을 실천하는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어서 대화 국면이 조성될 것 같다. 남북 양측 모두 당국 간 회담 개최에 대해 견해차가 없다. 김 위원장이 조문단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특사 답방’을 희망한다고 전했을 경우 조만간 대북 특사가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인 뒤 비핵화 요구를 포함한 대북정책 목표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 회복과 후계구도 확립 등 대내외 상황을 고려해 남북관계를 관리하면서 당국 간 대화의 틀 속에서 쌀과 비료 지원 등 구체적인 경제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