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을 방문해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23일 북으로 돌아간 북한 조문단. 이 기간에 그들이 머물렀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포함한 6명의 조문단이 서울에 도착한 것은 21일 오후. 국회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간 이들은 21일 저녁부터 매 끼니를 호텔에서 해결했다. 북측 조문단의 식단은 주로 담백한 음식들로 짜였다. 조문단이 호텔에 미리 “달거나 기름진 음식은 안 된다”는 기준을 전해왔기 때문.
기존에 북한에서 온 인사들 역시 담백한 음식을 선호했던 터라 호텔은 기름기 있는 음식들을 배제하되 젓갈류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호텔 관계자는 “한식, 일식, 중식 등을 번갈아 제공했는데 조문단이 회를 가장 맛있게 잘 먹었다”고 귀띔했다. 혹시 밤 시간에라도 갑자기 회 주문이 들어올지 몰라서 일식 레스토랑 조리장이 24시간 대기했지만 식사 이외에 별도의 룸서비스가 요청되지는 않았다.
이들은 일반 디럭스 트윈룸 4개와 주니어 스위트룸 2개에 나누어 묵었다. 일반 디럭스 트윈룸은 1박에 25만 원 정도 가격에 33m² 크기의 방이고, 주니어 스위트룸은 35만 원의 가격에 66m² 크기의 방이다.
이들이 떠난 뒤 종업원들이 살펴본 방은 비교적 깨끗했으나 음료수가 동이 난 것이 눈에 띄었다. 한 호텔 종업원은 “방은 크게 어지럽힌 것이 별로 없었다”며 “다만 오렌지주스와 콜라 등 객실에 비치된 음료들을 많이 마셨다”고 말했다.
체류기간 동안 호텔 직원들과의 접촉은 거의 없었다. 조문단이 온다는 통보가 비교적 늦게 전해져 조문단이 온 당일에서야 숙박 사실을 알게 된 직원이 대다수였다. 호텔 관계자는 “식사가 2층 ‘화이트해론홀’ 또는 객실에서만 이루어진 데다 식사 외에는 대부분의 일정이 비공개여서 만찬 등에서 직접 서빙한 직원 1, 2명 외에는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