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MB정부 대북원칙 고수 ‘패러다임 전환’ 보인다

  • 입력 2009년 8월 24일 02시 50분


北조문단 면담 2박3일 신경전 살펴보니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3일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 조문단의 면담 성사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마디로 얘기하면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패러다임의 전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가 여러 측면에서 특수한 관계지만 이제 그 틀에서 벗어나 국제적으로 보편타당한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높은 관계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남북관계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과 비전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남북관계의 ‘특수성’보다는 국가 간의 관계라는 ‘보편성’을 강조해 왔다. 나아가 남북관계는 한국이 세계 속에서 추구해야 하는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인식해 왔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민족의 이익과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해 온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에서 벗어나 남북관계도 나라와 나라의 관계, 보편적인 국제정치의 행동양식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이날 ‘패러다임 시프트’를 강조한 것은 새 대북정책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들은 북한 조문단이 나름대로 정중하게 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에 대해 “원칙과 유연성을 강조한 대북정책이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북측이 민간단체인 김대중평화센터를 통해 조문단을 보내자 ‘사설(私設)조문단’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또 북측이 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자 다른 나라 조문사절단과 같은 대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면담이 하루 늦어졌지만 정부는 원칙을 관철했고 북측은 이를 수용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해 도움을 받으려면 그럴 만한 행동을 하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상대방을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고 ‘역적 패당’ ‘파쇼’라고 비난해온 상황에서 손을 내민다고 도와줄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북한은 아직 ‘우리민족끼리’라는 민족담론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한국 정부의 기대에 부응할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대남 비방은 7월부터 점차 줄고 있지만 북한 방송은 이날도 “이명박 패당의 반인민적 악정” 등 대남 비방을 계속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제 새로운 시작일 뿐 앞서가서 예단할 필요가 없다”며 “그러나 (이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에 담긴 것처럼 진정성을 갖고 풀어나가면 못 풀 게 없다”고 강조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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