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을 강조한 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이 잇달아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
박 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주재하며 “이 대통령이 언급한 정치개혁 선언을 당이 뒷받침하기 위해 정치개혁 3대 과제인 개헌, 행정구역개편, 선거법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당에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필요하면 기구를 정비하고 보강하는 선에서 당에서 열심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은 당내에 각각 특위가 있으니 당내에서 그 부분은 논의해 달라”면서 “개헌문제는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즉시 야당과 협의해서 개헌특위를 구성한 뒤 본격적인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제헌절 경축사에서 개헌을 공식 제기한 김형오 국회의장은 의장 직속 헌법연구자문위로부터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안을 31일 제출받을 예정이다. 김 의장이 개헌안을 공개한 뒤 국회 차원의 논의에 부친다면 한나라당의 개헌 논의에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개헌 드라이브가 이 대통령이 언급한 정치개혁의 ‘근원적 처방’이라는 관측이 많다. 개헌을 통해 선거 주기를 조정하거나 정치권력을 분산하지 않은 채 행정구역과 선거제도만 손댈 경우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이루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개헌 드라이브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장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계파 간, 지역 간에 견해차가 크다. 민주당 등 야당이 여당의 개헌 논의를 “국면 전환을 노린 정략적 카드”라고 비판하는 것도 변수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