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원칙론’ 다음날 沈 ‘큰 정치론’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심대평 총리설’ 일축하자 “충청권 틀에 갇혀선 안돼”

“지역 대변못해 지지율 하락” 李총재 책임론 우회적 제기
“한나라때 제왕적 총재 같다” 당내 일부서도 불만 표출

자유선진당의 양대 기둥인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심 대표의 국무총리 기용설을 놓고 두 사람의 물밑 신경전이 표면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총재는 26일 당5역 회의에서 “심대평 대표의 총리 기용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향해 심대평 총리 카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총재는 2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여당과의 정책공조나 연대관계가 형성돼서 그것 때문에 총리로 간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관계가 안 되면 갈 수 없다. 현재 공조나 연대는 없는 것 아니냐”고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 주변에서는 “가뜩이나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심 대표가 총리로 발탁됐다가 여론이 나빠질 경우 지방선거에서 약진하겠다는 선진당의 구상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심 대표가 반격에 나섰다. 심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진당 지지율이 낮은 것은) 선진당이 국가발전이나 국민의 행복 증진, 지역의 이익 대변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라며 “국민통합 실현과 당의 지지 기반인 충청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큰 정치를 정책으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안팎에서는 그동안 이 총재를 중심으로 당이 운영됐지만 당 지지율은 충청권에서조차 5%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이 총재의 책임론을 우회적으로 제기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심 대표는 평소 주변에 “선진당이 충청권의 틀에 갇혀서는 정책 야당으로 발돋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심 대표가 자신의 총리 발탁을 막고 있는 이 총재에 대해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 여권과의 적극적인 연대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당내에서는 심 대표가 이 총재와 따로 만나 ‘총리 발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 대표가 이 총재의 접근 방식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당내에서는 “이 총재가 예전 한나라당 시절 제왕적 총재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거나 “국익 차원에서 큰 틀의 정치를 생각하는 노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와 여권을 향한 불만도 없지 않다. 사전 조율이 안 된 총리설을 흘리는 바람에 당에 분란만 생겼다는 것이다. 선진당의 한 의원은 “청와대의 정치력이 수준 미달이다. 당내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 정책 공조의 틀을 갖춘 후에 총리 기용 문제를 거론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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