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사진)이 27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양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권익위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갖고 “정해진 임기가 남아 있지만 중도 사임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쇄신에 일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다음 달부터 한양대 법학과 교수로 복귀한다.
지난해 3월 권익위 출범과 함께 임기 3년의 초대 위원장을 맡은 양 위원장은 지난주 갑자기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고 잡혀 있던 외부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청와대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을 치르느라 양 위원장의 사표 수리를 미루다 26일 수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 위원장의 27일 퇴임식도 행사가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전 9시 반 갑작스럽게 정해졌다.
권익위 안팎에선 임기를 1년 7개월이나 남긴 상태에서 양 위원장이 퇴진한 것을 두고 이르면 다음 주 초로 예상되는 개각 및 청와대 개편과 맞물려 청와대로부터 어떤 언질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부패 방지를 담당하는 기관의 장에게 경남지역 기관장 골프 파동 등 공직 기강 해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달 중순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 “권익위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집권 중반기 내각과 청와대 진용을 다시 짜면서 부패 방지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기관인 권익위의 조직 다지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익위 관계자는 “학자가 학교로 되돌아가는 것일 뿐”이라며 억측을 경계했다. 청와대는 조만간 인선 작업을 거쳐 양 위원장의 후임을 임명할 예정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