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일 개회식을 열고 100일간의 정기국회 일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야는 첫날부터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 일정 등에 합의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 개회식에서도 김형오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읽으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김형오는 사퇴하라”고 외치며 곧바로 집단 퇴장했다. 올 정기국회가 여야 간 치열한 전장(戰場)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
○민주당,‘피켓시위’ 뒤 집단 퇴장
국회 개회식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후 개회식에서 일제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이어 오후 2시 7분경 김형오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에서 개회사를 읽으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미디어법 원천무효’ ‘날치기 주범 김형오 의장’ 등의 구호가 적힌 노란색 천을 손에 들고 갑자기 의석에서 일어났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 등이 “김형오는 사퇴하라”고 외치자, 다른 의원들도 “사퇴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김 의장은 민주당의 ‘기습시위’에도 아랑곳없이 개회사를 읽어 내려갔다.
김 의장은 개회사에서 “의사일정 문제로 국회 전체가 파행, 지연되는 구태는 사라져야 한다. 대화보다는 직권상정에 의존하는 편의적인 정치, 타협보다는 직권상정만 막겠다는 투쟁적인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미디어관계법 처리를 무효라고 판단할 경우 분명한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이다. 다만 헌재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이와 관련한 정쟁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의장은 또 “여야가 원칙적으로 개헌에 반대하지 않는 만큼 조속히 개헌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해 주길 바란다”며 “가능한 한 정기국회 기간에 개헌안을 마련해 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정기국회의 3대 역점과제로 △개헌을 비롯해 국가체제를 정비하고 개편하는 국회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국회 △민생과 서민을 위한 국회를 제시했다.
○“의사일정 협의 때 고성 오가”
정기국회에서 다룰 주요 의제와 6월 임시국회 때 미디어관계법 처리를 둘러싼 책임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9월 정기국회에서 행정구역과 선거제도 개편, 개헌 등 3가지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간 신뢰가 회복돼야만 원만한 국회운영이 가능하다”며 △미디어관계법 직권상정 처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국민 사과 △미디어관계법 재논의 △미디어관계법 외 법안의 합의 처리 약속 등 3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여야는 이날 오전 원내수석부대표 간 비공개 접촉에 이어 서울 여의도에서 원내대표 오찬회동을 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선진과 창조모임 문국현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문 원내대표는 “오찬회동에서 민망할 정도로 고성이 오갔다”고 심각한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이날 회동에선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국회법에 따라 9월 10일부터 국감을 열자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및 예·결산 심사를 위해 다음 달 추석 연휴 이후 국감을 실시하자고 맞섰다.
한나라당 신성범 원내대변인은 “10월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국감이 허위폭로전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회법대로 국감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총리를 포함한 대폭의 개각이 단행되는데 어떻게 9월에 국감을 하겠는가”라며 “9월엔 인사청문회와 결산을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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