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 대미 장식할 특전사 고공강하팀 훈련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9월 5일 02시 51분



시속 300km 낙하 ‘인간새’들 800m 창공서 꽃으로 피다
“삑~” 신호에 일제히 점프
3~5명 팀 이뤄 장관 연출
가장 무서운 적은 난기류
강하대형 성공때 자부심


1일 낮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근 1500m 상공. ‘삑삑’하고 강하 개시를 알리는 요란한 경보음이 울리자 CH-47 헬기에 탑승한 육군 특수전사령부 고공강하팀 대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낙하산과 디지털고도계, 방풍안경 등 강하장비들을 착용한 대원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 긴장감이 흘렀다.
기체 뒤편의 육중한 출입문이 서서히 열리자 거센 강풍이 기내로 휘몰아쳤다. 기체 진동도 더 심해져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바닥의 안전고리와 연결된 안전띠에 의지한 채 아래를 흘깃 내려다본 순간 아찔한 풍경에 현기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대원 20여 명은 수신호를 교환한 뒤 줄을 맞춰 주저 없이 기체 밖으로 몸을 날렸다. 2300여 회의 강하기록을 보유한 김미란 상사(36·여) 등 여성대원 6명도 출입구를 박차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로 점프했다.
낙하산을 펴지 않고 시속 300km로 자유낙하하는 대원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까마득히 멀어져 창공의 작은 점으로 변했다. 잠시 뒤 800m 상공에서 형형색색의 낙하산이 펼쳐지자 창공에서 꽃송이가 잇달아 피어나는 듯한 장관이 연출됐다.
대원들은 3∼5명씩 팀을 이뤄 하늘에서 갖가지 대형을 연출했다. 대원 3명은 서로를 끈으로 붙잡고 낙하산을 이어 붙여 3단 부채 모양을, 또 다른 4명은 위아래로 낙하산을 결합해 다이아몬드 모양을 만들었다. 고도가 더 낮아지자 대원들이 줄지어 지상에 사뿐히 안착하면서 5분여 동안의 강하훈련은 끝났다.
이들은 10월 1일 충남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리는 건군 61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선보일 고공강하 시범을 위해 선발됐다. 평균 1000여 차례의 강하 경험을 가진 베테랑 대원들이다.
국군의 날 행사 때마다 ‘인간 새’가 되어 오색 연막을 하늘로 흩뿌리거나 창공을 자유자재로 누비는 특전대원들의 묘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대원들은 강하 동안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오로지 낙하산에 의지한 채 강풍과 싸우면서 각종 대형을 유지하려면 완벽한 호흡 일치와 함께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김영호 상사(41)는 “특히 4명 이상이 참여하는 고난도 강하대형은 급격한 기류 변화 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3년 전 한 특전사 대원이 고공강하 훈련 도중 난기류를 만나 낙하산이 저절로 펴지면서 함께 낙하하던 동료와 충돌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 상사도 4년 전 훈련 중 갑작스러운 강풍으로 750m를 추락했지만 다행히 물 위로 떨어져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원들은 “만일의 사고가 두려웠다면 대한민국 최정예 특전사를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국희 대위(28)는 “유사시 특전대원들이 적 후방 깊숙이 침투해 목표물 파괴와 아군 지원임무를 수행하려면 고난도 강하능력이 요구된다”며 “계획된 강하대형을 완벽히 성공했을 때 큰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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