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4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국토해양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1, 2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당 소속 의원 연찬회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일부 의원들은 4대강 사업비를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복지와 국방 예산으로 돌릴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소득세와 법인세의 감세를 2년 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둘러싸고도 이견이 많이 나왔다.
○ “4대강 예산 줄여 달라”
이날 연찬회에선 각 지역구의 현안 사업을 예로 들면서 4대강 사업으로 전체 국가 예산에서 SOC 사업비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많았다. 안홍준 의원은 “내년도 SOC 예산을 2009년도 수정예산(20조6000억 원)보다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재정부 이용걸 차관은 “내년도 각 부처의 SOC 예산요구액은 19조4000억 원이지만 이보다 더 반영하겠다. 이렇게 되면 다른 SOC 예산이 줄어든다고 걱정하는 부분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4대강 사업에 예산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4대강 사업의 상당 부분을 수자원공사의 자체 사업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공이 떠안는 3조 원으로 다른 SOC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택기 의원은 “수공은 부채비율이 30%밖에 안 되는 우량기업인데 4대강 사업비 때문에 (부채비율이) 500%로 증가할 가능성 있다”면서 “수공이 수익 사업을 할 수 있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경 의원은 “수공의 재원을 사용하지 말고 수공을 매개로 민간자본을 유치하자”고 제안했다.
신상진 의원은 “복지 예산이 올해는 전년 대비 9% 늘었는데, 내년에는 올해와 비교해서 6%만 증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지 예산 축소를 우려했다. 이 차관은 “복지예산의 증가 비율은 전체 예산의 증가 비율보다는 높게 책정됐다”고 답변했다.
국방부 장관 출신인 김장수 의원은 “국방 예산이 증액되지 않으면 현상 유지도 어렵고 국방부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원도가 지역구인 이계진, 황영철 의원은 “4대강 사업에 예산이 소요되지만 강원도는 지나치게 소외됐다”고 말했다.
○ 법인세와 소득세의 추가 감면 여부는 의견 갈려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한 법인세와 소득세의 추가 감면 문제에 대해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남경필, 김성식 의원은 “경제위기로 재정건전성이 급속히 악화됐다”며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를 2년 유예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나성린 의원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감세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정부 허경욱 1차관은 “감세가 경제위기를 지탱할 수 있는 충격의 완충지대를 만든 순기능이 있다”고 답변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정부의 설명대로라면 감세 정책을 유지하더라도 세수 확보에 지장이 없다”면서 “법을 만들어놓고, 또 바꾸는 것은 정책 일관성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감세기조를 당에서 수용해도 괜찮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정기국회에 선거제도와 행정구역개편 관련법 등 43대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세제개편 관련 17개 법률안과 세종시특별법 등은 43대 법안이 아닌 상임위 중점 추진 법안으로 분류됐다.
천안=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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