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는 각계에 거미줄 인맥을 갖고 있는 ‘마당발’로 유명하다. 학계나 경제계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옅은 편이지만 정관계에도 두루두루 소통할 수 있는 인맥을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정치권의 경우엔 여야나 이념 성향을 따지지 않고 폭넓게 친분을 맺어왔다는 특징이 있다.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이 정 내정자의 ‘멘터’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은 경기고와 서울대 1년 선배로 정 내정자는 평소 사석에서 “미워할 수 없는 형”이라고 말하곤 한다.
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첫 여성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성남 의원은 대학 시절 ‘센추리(century)’라는 영어회화클럽에서 만난 친구다. 정 내정자가 ‘이헌재 사단’에 직접 추천했다고 한다. 같은 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인맥으로 분류될 정도는 아니지만 김대중 정부 출범 때 정 내정자에게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제자로 정 내정자가 1989년부터 꾸려온 금융연구회 멤버다. 이종구 의원도 경기고와 서울대 후배로 친분이 있다.
이혜훈 의원은 정 내정자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자리를 알아봐 줄 정도로 가깝다. 이 의원은 정 내정자의 제자다. 유일호 의원은 같은 과 후배이자 제자로 잘 아는 사이다.
정 내정자는 1978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1979년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당시 2학년이던 78학번들과 아주 가깝게 지냈으며 지금까지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고 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78학번이지만 평소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에선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세계은행(IBRD)에 파견된 은성수 국장(재정부) 등이 대표적인 제자 그룹이다. 이들은 최고위직은 아니지만 실제로 업무를 추진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워킹 그룹’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국제경제학과 출신으로 정 내정자의 직계는 아니지만 정 내정자의 수업을 들은 제자로 분류된다.
한덕수 주미대사와도 아주 가깝다. 한 대사는 서울대 기숙사인 정영사에서 정 내정자의 옆방을 썼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는 정 내정자의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 66학번 동기동창으로 가깝다.
청와대 수석급 참모진 중에는 정 내정자의 인맥으로 분류될 만한 사람은 없다. 다만 1일 정 내정자를 직접 찾아가 총리직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진 정정길 대통령실장과는 같은 대학 교수 이상의 친분을 맺어왔다고 한다. 정 실장이 울산대 총장 취임 때 서울대 총장이자 동료 교수로 축사를 하기도 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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