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부동산정책 정부와 엇박자… 교육자율 확대는 맞장구

  • 입력 2009년 9월 5일 02시 51분


■ ‘쓴소리 鄭내정자’ 정책 궁합 맞을까
경제 불협화음?
정부 경기부양책 자주 비판
금리는 ‘韓銀 독립성’지지
강만수경제팀과 각 세운적도

교육은 하모니?
고교평준화-획일적 입시
총장시절 줄기차게 반대
사교육엔 ‘경제논리’ 댈지도

《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 국무총리 카드’를 꺼냈을 때 화두는 화합과 통합이었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정부 내 화합과 통합이 깨질 수도 있음을 내심 우려했다고 한다. 총리라는 직책상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학자 특유의 깐깐한 근성을 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 경제정책 상당부분 이견

양측이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감세정책이다. 정 내정자는 세금 감면이 소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올해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세가 소비 증대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경제원론에 나온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정부는 ‘감세→기업 생산 및 소비 증가→소득 증가→세수 증가’라는 선순환 사이클을 강조한다.

통화·금융정책과 관련해선 기획재정부보다 한국은행의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다. 그는 작년 4월 한 정책토론회에서 “정부의 금리인하 압력에 한국은행이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을 중시하는 재정부는 기본적으로 금리 상승에 부정적 반응을 보여 왔다. 재정부는 총리 관할이지만 한은은 독립기관이다.

수요 억제에 다소 부정적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서도 이견이 감지된다. 정부는 아파트 값 상승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은근히 건설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반면 정 내정자는 6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정책을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대책을 주문했다. 그는 규제완화나 금산분리에도 다소 부정적이다.

○ 교육개혁 탄력 붙을 듯

경제 분야와 달리 교육정책에서는 정 내정자와 정부의 코드가 맞는 편이다. 직선 총장 출신인 그는 대학에 더 많은 자율을 줘야 한다는 쪽이다. 3불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에도 부정적이다. 2005년 7월 한 강연에서 “교육의 목적은 가르치는 데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솎아내는 데도 있다. 현행 고교평준화는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온 적도 있다. 정부도 장기적으로 3불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다.

정 내정자가 서울대 총장 시절 도입한 지역균형선발제도 정부의 입학사정관제와 맥을 같이한다.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둘 다 획일적 입시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청와대에선 정 내정자 발탁으로 국립대 법인화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선진국 대학 수준에 맞게 직원 수를 늘리고 인력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 법인화에 찬성한다”는 견해다. 법인화는 공무원 인사 문제가 결부돼 있어 정부 안에서도 이견이 있다.

반면 학원 단속 등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선 견해가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경제학자 출신인 만큼 사교육비를 물리적으로 낮추는 방안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 관료와의 불화

정 내정자의 정부 내 착근 여부는 정책보다는 관료와의 화학적 결합에 달려 있다는 말이 많다. 정 내정자가 현 정부는 물론 노무현 정부에서도 끊임없이 관료 그룹과 불화를 겪어 온 데다 행정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 내정자의 제자인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정 내정자와 관료는 너무 다르다. 정 내정자는 기본적으로 관료에 대한 리스펙트(존경)가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정 내정자는 작년 말과 올해 초 강만수 당시 재정부 장관의 리더십 실종과 신뢰 상실을 지적하는 등 사실상 경제팀 개편을 요구하면서 정부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관료 그룹도 정 내정자에 대해 딱히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 주류인 재정부 공무원들이 정 내정자에 대해 말을 삼가는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정 내정자가 불신했던 강 전 장관은 현재 대통령경제특보로 있다.

경제부처 과장인 정 내정자의 한 제자는 “정 내정자는 중도좌파 계열의 시민단체와 가까우면서도 엘리트 의식이 매우 강하다”며 “관료 엘리트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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