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朴2鄭, 정치적 경쟁심을 민생 살리는 에너지로

  • 입력 2009년 9월 8일 02시 56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10·28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위해 어제 대표직을 사퇴함에 따라 정몽준 최고위원이 집권 여당의 새 대표가 됐다. 청와대 개편과 개각에 이어 한나라당 간판 얼굴까지 교체됐으니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설왕설래돼온 여권(與圈)의 체제 개편이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이제는 구체적 일로 국민을 위한 성과를 보여줘야 할 차례다.

한나라당은 대표 교체를 계기로 대(對)야당, 대국민 관계에서 새로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 6선(選)의 정 대표 어깨가 무겁다. 무엇보다 의회정치, 대의민주정치의 복원이 급선무다. 정기국회 법정 개회일이 1주일이나 지났지만 여야는 아직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서민과 지역을 살리고 제도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처리해야 할 각종 법안도 쌓여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 정기국회의 우선 처리 대상으로 꼽은 법안만도 43건에 이른다.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 같은 대형 과제도 미뤄둘 수만은 없다.

물론 이런 일들이 한나라당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당과 청와대, 그리고 내각이 각자 제자리에서 소임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고 상호 유기적 생산적으로 협조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정몽준 대표와 정운찬 국무총리(내정자)의 등장으로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 독무대나 다름없었던 여권의 차기 대권구도에 적잖은 긴장감이 감돈다. 각자의 성과에 따라 대권구도에서 유·불리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간에 경쟁·견제심리가 발동하고, 갈등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경쟁적 대권구도는 여권의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선의의 경쟁은 정부 여당의 활력을 높이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입지가 4·29 재·보선 때나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직후에 비한다면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민심은 조석변(朝夕變)’이라고, 하루아침에 다시 변할 수 있다. 박근혜, 정몽준, 정운찬 같은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권 전체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이 달라질 수 있다. 일부 광역단체장을 비롯한 다른 잠재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물건값’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내정자는 국정의 성공이 곧 그의 입신(立身)으로 연결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첫째다. 정치적 경쟁심을 민생을 살리는 에너지로 승화·결집시키는 것이 당과 정부와 국민을 위하고 자신들도 사는 길이 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