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 대학선후배… 총장-이사장 친분바탕 소통강화 나설듯
견제? 박근혜-정몽준-정운찬… 차기 대권 3각경쟁 가능성
7일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로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더불어 ‘3정(鄭) 체제’가 구축됐다. 정 대표와 정 내정자가 차기 대권과 무관치 않고 정 실장의 역할도 정무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바뀌게 돼 이들 3인의 향후 행보가 어느 때보다 주목을 끌고 있다.
○ 정치역량 시험대에 오른 정몽준
168석의 거대 여당을 이끌게 된 정 대표는 앞으로 다양한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그동안 당내 비주류여서 당의 부침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됐지만 이제는 당 운영의 성패 하나하나가 자신의 ‘정치 성적표’가 될 수밖에 없다.
1988년 37세의 나이로 울산 동 지역구에서 국회에 입성한 후 지난 국회까지 대부분을 무소속으로 지낸 정 대표가 집권여당의 대표직을 얼마나 잘 수행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다음 달에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내 양대 축인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진영 간 갈등을 잠재우면서 여당을 승리로 이끌 것인지가 주목된다. 재·보선 이후엔 내년 지방선거 체제로 돌입해 계파 간 마찰음 없이 선거를 준비하고 정국을 주도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거대 여당의 통솔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 양상이었던 한나라당 대권 구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유력 주자의 반열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번 대표직 승계가 성배(聖杯)가 될 수도, 독배(毒杯)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3정 체제’ 출범
‘3정 체제’가 여권에 새 바람을 일으킬지는 세 사람 간의 견제와 조화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 대표와 정 내정자, 정 실장이 이전부터 친분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당정청 소통이 한층 원활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치권은 우선 정 실장의 역할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정 실장이 최근 청와대 인사에서 정책 조정 업무를 윤진식 대통령정책실장에게 떼어줌으로써 정무 부문에 역량을 더 쏟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정 실장이 청와대 내부 업무보다는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와 만나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전파하고 청와대에 민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실장의 정무 기능 강화에는 인재 풀을 집중 관리하는 과제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당내 입지가 약한 정 대표는 당내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정 실장과의 핫라인 구축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도 공직 경험이 일천한 만큼 정 실장 및 정 대표와의 끈을 놓지 않고 유기적인 공조를 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 내정자는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그런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잠재적 대선주자로 서서히 자기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정 대표 및 이미 강력한 대선후보의 자리를 점하고 있는 박 전 대표와 더불어 차기를 놓고 3각 경쟁이 점화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할 경우 이명박 정부의 집권 중반기 당정청 체제에 금이 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 3정의 인연
정 대표와 정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다. 정 내정자(66학번)가 정 대표(70학번)의 4년 선배다. 두 사람은 학창 시절엔 잘 몰랐지만 졸업 후 해외에서 연이 닿았다. 1978년 정 대표가 미국 컬럼비아대로 6개월간 유학을 갔을 때 마침 정 내정자는 이 대학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이곳에서 두 사람은 종종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측근은 “정 내정자가 서울대 총장일 때 정 대표가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이어서 만날 기회가 종종 있었다”며 “그 외에도 여러 모임을 통해 식사를 하는 등 인연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정 대표와 정 실장의 사이도 각별하다. 정 대표는 1983년부터 울산대 이사장을 맡아왔으며 정 실장은 2003년부터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5년간 울산대 총장을 지냈다. 정 실장이 5, 6대에 걸쳐 울산대 총장을 연임하면서 두 사람 간에 남다른 신뢰가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와 정 실장은 지난달 중순에도 따로 만나 오찬을 함께하는 등 상당히 깊은 얘기까지 나누는 사이라고 한다. 정 내정자와 정 실장은 두 사람이 서울대 교수로 있을 때부터 서로 잘 알고 지냈다. 정 내정자에 대한 총리직 제안 및 수락 과정에서 정 실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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