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원안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의 발언으로 논란이 뜨겁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 계류 중인 세종특별자치시설치법(세종시법)을 9월 정기국회에서 원안대로 처리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안 원내대표는 요동치는 충남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일단 세종시법부터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나름대로 밝힌 것이지만 세종시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원안대로 처리되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세종시법 자체는 이번 논란의 핵심인 정부기관 이전 문제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 세종시법에는 정작 세종시가 없다?
현재 세종시법은 7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법안소위를 통과해 상임위 전체회의에 넘어가 있는 상태이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법안 내용에 합의했으나 민주당은 당시 미디어관계법의 강행 처리에 반대해 의사일정에 불참했다. 민주당이 불참했으나 나머지 두 당에 의해 법안은 법안소위를 통과해 상임위 전체회의에 계류된 상태다.
현재 민주당은 세종시 출범시기 등 일부 항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여야의 의지만 있으면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 통과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나라당과 선진당은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명칭을 세종특별자치시로 하고 △법적 지위는 정부 직할이면서 기초자치단체의 기능을 포함한 광역 수준의 지방자치단체로 하는 데 합의했다. 여기에 민주당과의 추가 협의를 거쳐 관할구역과 시행 시기 등에 대한 규정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은 세종시의 명칭이나 법적 지위, 관할구역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 행정안전위 한나라당 간사인 권경석 의원은 “행안위에서 통과시키려고 하는 세종시법은 세종시의 그릇을 만드는 법이다. 그 그릇에 뭘 담느냐 하는 것은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원안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세종시에 뭘 채우느냐는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세종시법이 처리되든 늦춰지든 세종시의 내용과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부산대 김용철 교수(행정학)는 “정치권 등에서 세종시의 정치적, 법적인 문제의 본질을 혼동하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있다”며 “세종시 건설 자체와 정부 기관 이전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세종시 원안 수정하려면 행복도시법과 관련 시행령 개정 필요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3월 의결돼 시행 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및 관련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법과 시행령에는 도시 건설의 기본 방향,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광역도시계획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국무총리실 등 35개 안팎의 중앙행정기관(공무원 수 1만 명)과 16개 국책연구기관을 단계별로 이전해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 규모의 도시를 건설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사업 계획도 이 법과 시행령을 근거로 한 것이다. 어떤 정부 기관이 세종시로 옮겨갈 것인지 확정해 고시하는 것도 이 법에 따라 이뤄진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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