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구도 ‘발전적 균형’ 필요
李대통령-박근혜 前대표
테니스 경기 주선할 것
8일 아침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상인들로부터 애로를 들은 뒤 시장 내 식당에서 생선 맑은 탕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정 대표는 “시장에서 먹은 밥 중 가장 잘 먹었다”고 말했다. 당 대표의 첫 일정으로 시장을 찾은 것은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어 정 대표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한 뒤 방명록에 ‘견위수명(見危授命·나라가 어려울 때는 목숨도 바쳐야 한다)‘이라는 글을 남겼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국회로 돌아온 정 대표는 이날 오후 5시부터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동아일보와 1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다.
―한나라당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한나라당은 좀 더 개방돼야 한다. 당에 칸막이가 있으면 개방이 되지 않는다. 당이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으로 나뉘어 있다. 어떤 분은 한나라당이 ‘파국적 균형상태’에 있다고 했다. 이걸 ‘발전적 균형’으로 만들어야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 이재오 전 의원과 기회가 되는 대로 자주 만나면서 이런 문제를 풀어가겠다. 박 전 대표가 어깨가 안 좋아 테니스를 잘 안 친다고 하는데 어깨가 좋아지면 이 대통령, 박 전 대표와 함께 테니스 경기라도 주선해볼까 한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정당활동에 소속감과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정치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국민의 리그로 원위치시키려면 현재보다 더 개방적인 분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 아직 친정(親鄭·친정몽준)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활짝 웃으며) 지난해 전당대회 끝나고, ‘드디어 한나라당에 친정 체제가 수립됐다’고 언론들이 쓰지 않았나.(이명박 대통령의 ‘친정(親政)’ 체제를 ‘친정몽준’ 체제로 풀이한 농담) 제대로 된 대표, 정(正) 대표가 되겠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보다 낮은데….
“국회는 몸싸움이나 하고, 문이나 부수는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한국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회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것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더 높은 것 같다.”
―여당이 국민이 납득할 만큼 일을 못한 게 아닌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싸움도 나는 것 아니냐. 한국 의원이 미국 의원보다 못할 것이 없다. 문제는 의원 개개인의 독립을 보장하는 제도가 약해 집단행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공천제도를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해왔다.”
―취임 일성으로 대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우리는 여야 간 대화의 절대량이 부족하다. 국회의 기본기능은 국가적 의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인데 여야 간에 대화가 안 돼 그런 일을 못하고 있다. 국회가 파행이어서 국회가 행정부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혼자서는 안 되고 양당이 협의해 대한민국을 국회가 이끌어 가야 한다.”
대권 피하는건 어리석고
찾아다니는 것도 어리석어
당내 후보 4, 5명은 있어야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가 개인 의견이라고 하지 않았나. 세종시는 법에 의해 추진되는 사업이고 그 법은 한나라당을 포함한 국회가 처리했다. 정기국회에서 세종시 관련법을 처리하면 오해가 없어질 것이다. 세종시에 콘텐츠를 채우는 것은 계속 노력해야 한다. 국민 의견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여론과 지역주민의 여론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잠시 침묵하다)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도 예산 배분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4대강 살리기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는 사업이다. 국내에서 가장 긴 강이 낙동강인데 흙이 퇴적돼 강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낙동강을 물이 늘 넘쳐나는 한강처럼 만드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대한 의견은….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면 여당과 다수당이 같은 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국회의 위상은 어떻게 되겠는가. 오히려 총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것은 개헌을 하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행정구역 개편은….
“원하는 지방자치단체끼리 통합을 하자는 것인데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여유 있는 지자체끼리 합치고 그렇지 않은 지자체가 빠지면 소외될 수 있다.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동서화합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영호남을 연결하는 동서고속도를 건설하는 게 동서화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교통량이 없다고 반대하는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경제학자의 말도 있다. 그런 도로를 두 개쯤 만들면 지금보다 많은 접촉이 있을 것이다.”
―10월 재선거는 당 대표로서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4월 재·보선과 달리 이번에는 국민들이 도와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공천은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객관적으로 잘할 것이다. 10월 재선거 성적이 안 좋으면 조기 전당대회를 하자는 주장도 나올 수 있는데 당원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면 된다.”
―국민들은 정 대표가 부자라는 점 때문에 거리감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이 서민층을 중산층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정당으로 만들고 싶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6·25전쟁 때 피란지인 부산에서 찍은 가족사진 2장을 공개하며 “평범한 가정,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 구도가 바뀌고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포부는….
“‘공직은 죽음과 같다’는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의 말을 좋아한다. 공직이든 죽음이든 찾아올 때 피하려고 하는 건 어리석고 찾아오지도 않는데 뛰어다니는 것은 더욱 어리석다. 당 대표직을 이용해서 당의 화합에 기여하지 못하고 개인의 이익을 취한다는 말은 듣지 않도록 매일 아침 다짐하겠다.”
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국민들이 봤을 때 저런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분이 (당에) 4, 5명은 있어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리=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동아일보 김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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