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사장 임종석)이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거액의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받아 추진한 북한 김일성종합대 도서관 소장 자료의 남북 공유 사업이 북측의 일방적인 거부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또 정부는 남북 합동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에 대한 북측 대가를 지난해에는 현금에서 현물로 바꿔 지급했으나 올해는 아예 지급을 중단하는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 사회문화 교류사업이 정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 남북 콘텐츠 교류사업 난맥상
정부 당국자는 10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2005년 김일성대 도서관에 현대적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디지털화된 학술자료를 공유하기로 북한과 합의한 뒤 2007년 23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도서관 전산화를 끝냈으나 사업 완료 시점인 지난해까지 북측이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자료 제공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서관 현대화 예산에는 정부가 출연한 남북협력기금 9억 원이 포함돼 있어 북한과 합의한 자료 제공 혜택은 받지 못한 채 세금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아직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자료 활용 방안이 결정되지 않아 자료 공유가 무산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정부 관계자는 “사업이 2008년에 끝나 사실상 무산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재단의 북한 출판·영상물 저작권 대행 사업도 남북 저작권 교류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북한의 ‘외화 벌이’를 도와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재단 산하 남북저작권센터는 2004년 이후 북한 저작물의 반입 중개, 저작권료 징수, 대리 소송 등을 해왔다. 이를 통해 2005∼2008년 북한으로 유입된 저작권료가 총 70여만 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재단이 한국 내에 이미 출판 또는 유포된 북한 저작물을 색출해 저작권료를 북한에 가져다주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정부도 곤혹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 겨레말큰사전 사업도 정체 상태
정부 당국자와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이사장 고은) 관계자는 “2005∼2007년 매년 어휘조사비 명목으로 북한에 5억여 원씩을 지원했으나 현 정부 출범 뒤 현금 지급이 어려워져 조사에 필요한 자동차 지원으로 바꿨다”며 “올해 3월 이후부터는 지원이 아예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 사업도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으로 운영되며 2005∼2013년 연간 30억∼35억 원씩 총 300억여 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정부는 2005∼2007년 매년 5억, 6억 원씩의 현금을 북한에 제공했으나 지난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현물 지원으로 바꾼 뒤 올해에는 2차 핵실험 등 북한의 잇단 도발로 지원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회 관계자는 “이번 달에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회의 일정을 잡지 못했다”며 “북측이 현물 지원 중단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사업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지금까지 사전에 수록할 어휘 38만 개를 선정해 1만4000여 개를 집필했다.
사업회는 매년 8만여 개의 단어를 집필해 2013년까지 편찬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남북이 2005년 체결한 합의서는 올해까지 유효해 사업을 계속하려면 새 합의서를 체결해야 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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