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곳 많은데 재정 빠듯… 돈 될 만한 건 다 판다

  • 입력 2009년 9월 1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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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국유지 매각 2배로… 세수 이외 수입 확보 비상

대전 서구 월평동 282-1. 4년 전만 해도 이곳은 1만9835m²에 이르는 황량한 나대지였다. 소유주인 정부로부터 개발을 의뢰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달 말 연면적 4만1358m²의 최신 건물 3개 동(나라키움 대전센터)을 준공했다.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대전지방보훈청, 통계교육원 등 정부기관과 함께 민간 기업들이 대거 입주할 예정이다. 정부로서는 세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번듯한 부처 청사를 지었고 임대료 수입까지 챙길 수 있게 됐다.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 나라의 곳간 사정이 어려워지자 곳곳에 방치된 국유자산을 팔거나 가치를 높여 재정수입을 늘리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돈이 될 만한 것은 가급적 많이 판다는 방침을 정하고 내년 국유지 매각 규모를 올해(약 61km²)보다 최대 두 배 정도 늘리기로 했다. 또 임대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구와 중구 등지에서 나라키움 건물과 같은 방식의 국유지 위탁개발사업을 활발히 벌이기로 했다. 정부가 갖고 있는 기업은행 주식 중 일부를 매물로 내놓는 등 정부 보유 주식의 매각 작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 국유지 매각 두 배 늘려

정부가 내년에도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확장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내년 재정지출은 올해 본예산(284조5000억 원)보다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수(稅收)만으로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는 데 한계가 있어 세외(稅外) 수입을 늘리려면 국유재산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선 내년에 약 120km²의 국유지를 매각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민간에 팔 수 있는 국유지 면적제한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국유재산법상 ‘국유재산 관리처분기준’을 개정 중이다. 특별시와 광역시에서는 면적 300m² 이하의 국유지만 팔 수 있도록 돼 있는 기준을 2배 내외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민간이 부동산 개발을 목적으로 국유지를 사기에 300m²는 너무 작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국유지 매각으로 생긴 세외수입은 7836억 원. 매각 규모를 두 배가량 늘리면 내년에는 최소 1조 원 이상의 매각대금이 들어올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정부 보유 주식 최대한 활용

공기업 주식을 기관투자가에 빌려줘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대차(貸借)거래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한다. 이미 관련법 개정을 끝냈고 대차거래 사업을 대행할 곳을 물색 중이다. 대상 주식은 기업은행(정부 지분 68.47%) 한국전력공사(21.1%) 한국가스공사(26.8%) 등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원은 “정부는 주식을 빌려주더라도 배당금을 예전처럼 받으면서 빌려줄 때 총금액의 3∼4%를 연간 수수료 수입으로 얻을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 보면 대차거래는 위험이 없는 효율적인 주식 활용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68.47%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행 주식도 내년 초부터 증시 상황을 봐가며 조금씩 매각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다음 달 국회에 제출할 내년 정부예산안에 약 1조2000억 원의 기업은행 주식 매각대금을 반영하기로 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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