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 국무부가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을 설득하고 비핵화를 위한 긍정적인 조치를 끌어낼 수 있다면 대화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말한 것은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견지해왔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5월 이후 미국은 “북한이 무조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기 전에 양자회담은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다.
미국은 지난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동북아 순방 기간 동안 대북정책의 의미 있는 조정에 대해 설명하고 합의점을 찾기 위한 협의를 가졌다. 크롤리 차관보가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미-북 양자대화를 갖기로 한 데 대해 관련국들 간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안다”고 밝힌 것은 미국의 ‘새로운 접근’에 대해 6자회담 참가국들의 추인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비핵화이며 이를 위해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 것”이라며 “북-미 양자대화는 그 같은 목적에 부합되는 ‘실용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미국의 실용적인 접근은 2명의 여기자 석방 교섭을 위해 지난달 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한 이후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에 양자대화 수용을 요구했고 클린턴 전 대통령은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초청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보험 개혁 등 국내 현안에 대한 여론의 반발에 밀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있다. 이란과 달리 북한은 적극적인 대화를 요구하고 있고 때마침 유엔총회(21∼25일)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미국에서 열린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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