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결과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도에 대입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한나라당은 호남권에서, 민주당은 영남권에서 각각 의석이 늘어나는 것으로 16일 나타났다.
또 이 제도가 도입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의석비율 차이는 현재와 큰 변화가 없지만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 민주노동당 등 군소정당은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내용은 숭실대 강원택 교수(정치학)가 진행한 시뮬레이션의 결과다. 강 교수는 17일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주최하는 선거제도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 결과를 공개한다. 이번 조사는 현행 소선거구제에 의한 지역구는 손대지 않고 비례대표 의석만 대상으로 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비례대표 의석을 유권자 인구비율에 따라 할당한 뒤 권역별로 각 정당이 받은 정당투표의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여권이 선거제도 개편 방안의 하나로 도입을 검토 중이다.
○ 조사는 어떻게 진행했나
강 교수는 전국을 서울, 경기-강원, 충청, 호남-제주, 경북, 경남권 등 6개 권역으로 나누었다. 지역구는 현재(245석)대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만 현재의 54석에서 120석으로 늘리는 것으로 가정한 뒤 지난해 7월 현재 유권자 인구비율과 18대 총선 당시의 각 정당 득표율을 대입했다.
“비례대표 의석 대폭 늘려야 효과”
현재 54석의 비례대표 의석수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도 각 당이 열세 지역에서 의석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전체 의석수를 365석으로 상정해 시뮬레이션을 했다.
○ 지역주의 완화 효과 드러나
시뮬레이션 결과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노당은 6개 권역에서 모두 비례대표 당선자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열세 지역인 경북권에서 1석, 경남권에서 2석을 얻고 한나라당은 호남-제주권에서 2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자유선진당도 호남-제주권, 경북권을 제외한 나머지 권역에서 의석을 얻어 ‘충청당’의 지역성이 엷어졌다. 친박연대 역시 호남-제주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의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정당이 지역별로 의석을 독점하는 현상이 완화되는 추세를 보여준 것이다.
○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어느 한쪽에 유리하지 않아
시뮬레이션 결과를 18대 총선의 결과와 비교하면 한나라당의 의석점유율은 51.2%에서 49.3%로, 민주당은 27.1%에서 26.6%로 각각 낮아졌다. 현재의 의석비율 격차와 큰 차이가 없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도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어느 한쪽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선진당과 친박연대, 민노당 등 군소정당의 의석점유율은 약간씩 높아져 이 제도가 군소정당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가 관건
현재 54석의 비례대표 의석수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도 각 당이 열세 지역에서 의석을 얻기 힘들다. 따라서 이 제도가 효과를 보기 위해선 비례대표 의석을 크게 늘려야 한다. 비례대표 의석을 120석으로 늘린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도 각 당이 열세지역에서 겨우 1, 2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회의원 의석수를 늘리는 것은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려워 정치권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강 교수는 “국회의원 수를 늘리지 않기 위해선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나는 만큼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지역구 의석을 줄일 수 있어야 제도 도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