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7월 8일생은 없다. 북한 주민에게 김일성 주석이 세상을 뜬 7월 8일은 너무도 비통한 날이어서 이날 태어난 사람은 모두 생일을 다른 날로 바꿨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터넷 뉴스 사이트 환추왕(環球網)은 최근 평양을 다녀온 중국인 관광객의 말을 인용해 16일 이같이 전했다. 1994년 김 주석이 사망하기 전에 7월 8일로 생일을 올린 사람은 18일 또는 28일로 출생일을 바꿨다. 김 주석 사후 태어난 사람은 부모가 출생일을 바꿔 신고했다. 2006년 말 북한의 총인구가 2311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약 6만3300명이 생일 날짜를 바꾼 셈이다. 북한 안내원은 “위대한 김 주석께서 돌아가신 날을 생일로 삼아 즐거워할 수는 없다”며 “(이는) 인민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관광객은 전했다.
이 관광객은 또 김 주석 동상을 참관하기 전 사진을 찍을 때는 동상의 전신이 나와야 하고 헌화를 하고 목례를 할 때는 반드시 한 번만 해야 하는 까다로운 규정을 사전에 교육받았다고 말했다. 북한 안내원은 참배에 앞서 이런 규정을 제대로 숙지했는지 여러 차례 확인했다. 또 헌화한 뒤 ‘김 주석은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일렀다. 모법 답안은 ‘김 주석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김 주석이 사망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북한의 ‘절대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었다고 관광객은 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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