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美 ‘적극적 해법’ 모색하나 ▼
아사히 “핵폐기-체제보장 빅딜 검토”
정부 “美와 보상문제 논의한 적 없어”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이 핵 폐기를 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체제를 보장해주기로 하는 내용의 ‘빅딜’을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는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를 구체화하는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지도부가 가장 중시하고 있는 ‘체제 유지’를 보증하는 대가로 북한에 모든 핵무기와 핵 관련 물자, 관련 시설의 외국 반출 금지 등 ‘검증 가능한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해 사실상 북한의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신문은 미국 내에서 인권침해가 심각한 북한의 독재 체제를 인정하는 데 거부 반응이 강해 미 정부도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핵 폐기와 김정일 체제 보장으로 빅딜을 시도한다는 얘기는 한미 간에 논의한 적이 없다”며 “북-미 접촉을 검토하는 현재로서는 북한에 대한 대가나 보상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할 단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 정부가 구상하는 북핵 ‘포괄적 접근법’은 북핵 해결의 개략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라며 “아직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고받을 사안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中 다이빙궈, 후진타오 친서 갖고 방북 ▼
‘胡주석의 특사’ 김정일 면담 가능성
“美에 주도권 안내주려 선수” 분석도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16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중단된 6자회담 등 북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후 주석의 특사인 대병국(다이빙궈) 국무위원이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을 갖고 북-중 친선관계 발전과 국제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깊이 있는 의견교환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북에는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도 수행해 6자회담 재개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이 국무위원은 ‘후 주석의 특사’ 자격이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최근 미국 및 한국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에 이어 중국과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과 국면 전환에 나설 것으로 베이징(北京)의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중국이 후 주석의 친서를 지닌 고위급 특사를 파견한 것은 무엇보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단된 6자회담을 되살리는 데 앞장서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음을 입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두 명의 여기자 석방 등을 계기로 미국과의 직접 접촉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자칫 미국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까 하는 조급함도 배경으로 꼽힌다.
한편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한 연회에는 김영일 외무성 부상과 류샤오밍(劉曉明) 주북한 중국대사도 참석했으며 연회에 앞서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도 관람했다. 중국의 방북단에는 푸쯔잉(傅自應) 상무부 부부장과 궈예저우(郭業洲)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조리도 수행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양자대화 앞둔 美, 北에 뭘 줄까 ▼
北-美수교 등 6가지 인센티브 거론
美 “서두를 이유도, 필요도 못느껴”
미국은 뉴욕채널 등을 통해 북한과 양자대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16일 “양자대화가 열리려면 그 대화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확약 받을 수 있다는 자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미-북 채널을 통해 이 대목을 놓고 얘기가 오가고 있는데 북한은 그동안 ‘6자회담은 끝났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그는 “대화가 잘 진행된다 해도 실제 양자대화가 이뤄지는 건 빨라야 10월 말은 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서두를 이유도,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한국 일각에서 ‘건강보험 문제 등에서 난국에 부닥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기 만회를 위해 북한과의 대화 카드를 꺼냈다’고 운운하는데 이는 미국을 모르고 하는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미 행정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에서 오바마 정부가 변한 건 없다”며 “변한 것은 북한이고 미국은 북한의 변화에 상응해 유연하게 대응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이미 6월 초부터 북한 김정일 정권의 태도가 변하고 있음을 주목하고 북한이 6개월 안에 6자회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고 말했다. 북한이 변화 시그널을 계속 보내오므로 ‘6자회담 내 양자대화’라는 맥락 속에서 모멘텀을 살릴 수 있는 접근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사실 양자 접촉에 대해 미 행정부 내에선 연초부터 강경론과 온건론이 병행해 왔다. ‘6자회담 내 양자대화’라는 텍스트를 좀 더 유연하게 해석하는 측과 ‘양자대화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6자회담과 동시 또는 이후에 같은 장소에서만 가능하다’는 경직된 해석이 맞붙어 왔고 최근 북한의 유화 공세가 절정에 이르면서 유연한 해석이 힘을 얻은 상황인 것이다.
미 행정부는 오래전부터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와 비핵화를 약속할 경우 제안할 인센티브의 뼈대를 검토해 왔다.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앞으로 제시할 수 있는 인센티브로 △수교 △무역협정 체결 △제재 완화 △국제금융기구 가입 허용 △에너지 및 식량 지원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특혜 등 6가지를 예시한 바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양자대화에서 그런 인센티브를 제안할 가능성은 없다. 고위 소식통은 “오바마 정부가 생각하는 양자대화는 2007년 초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단독 플레이로 2·13 합의를 이끌어낸 양자협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국무부 대변인도 “협상은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와야 시작될 것”이라며 인센티브 거론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대화 거부-양보’ 사이에서 극과 극을 오간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하지만 진폭은 작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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