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결사 역할로 ‘對北 영향력’ 유지

  • 입력 2009년 9월 19일 03시 03분


후주석 “한반도 비핵화 일관된 정책”… 北 테이블로 끌어내


김정일도 “결코 깰 수 없는 동맹”… 6자 의장국 체면 세워줘

■ 김정일에 친서외교 펼친 배경은

중국은 국제사회에 도전적이던 북한으로부터 일단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에 참여할 뜻이 있다는 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체면을 구겨온 중국으로서는 이번 성과에 고무된 분위기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 회담이 표류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껴왔다. 중국은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국제사회의 제재 분위기 속에서 북한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고, 국제사회의 제재에 어떻게 어느 정도로 동참할지 고심해 왔다. 올해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우호 관계를 더 돈독히 해야 할 시기에 핵실험이란 변수가 불거져 곤혹스러워했다.

중국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친서와 함께 국무위원급 특사를 북한에 보낸 것은 몇 가지 이유와 배경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는 북한이 미국 한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터에 자칫 기회를 놓치면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초조감이다. 지난달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 간 데 이어 북한은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초청해 놓았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양자 접촉 후 다자회담’의 수순을 밟는 과정에 중국을 배려함으로써 동맹국으로서의 성의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북한이 6자회담 등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지 않고서는 양국관계 진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해 왔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핵을 고집하면 국제사회의 제재 분위기에 보조를 맞춰야 해 북한과의 관계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후 주석의 친서와 김 위원장의 발언에는 이 같은 양국의 속내가 간접적으로 비친다. 후 주석은 친서에서 “중국과 조선(북한) 간의 관계를 중국은 보배와 같은 자산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조선과 중국의 전통적인 우의는 양국의 오랜 원로지도자들이 친히 손을 잡아 맺은 관계로 결코 깰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양국 관계가 각종 시련을 거치기는 했지만 줄곧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셋째로 중국은 개혁개방 30년을 맞아 경제적으로는 세계 3위국이 됐지만 인권 환경 종교 민족갈등 등의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지도국은 아니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번에 ‘북한 비핵화’라는 실적을 보여줘 이를 만회하려는 뜻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이 간혹 북한이 중국의 뜻과 맞지 않은 행동을 할 때도 끝내 끌어안고 달래기에 나서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의 방북으로 대화 협상의 물꼬를 텄지만 ‘북한 비핵화’ 목표 달성은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주펑(朱鋒) 교수는 “김 위원장이 이번 발언은 과거에도 수차례 했던 것으로 핵개발 포기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이 핵개발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기본적인 조건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장롄구이(張璉괴) 중앙당교 교수도 “상반기에는 핵실험을 하고 하반기에는 관계개선에 나서는 것이 김 위원장”이라며 “핵심은 확실한 핵포기 의지와 행동이지 자꾸만 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말만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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