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은 자신의 자리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라며 타당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17일(현지 시간) 제46차 연례 유엔총회 개막을 맞아 한국 특파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최근 서구 언론의 비판 공세에 대해 “192개 회원국은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전통과 관습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의견을 조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비판을 받고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면서도 “비판을 계기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다면 좋은 게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정정당당하게 비판받고 수용하고, 또 이에 구애받지 않고 소신대로 일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성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최근 서구 언론의 비판 가운데 어떤 부분이 타당했느냐’는 질문에 “최근의 비판들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며 일부 악의적 비판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1일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독재자들과의 대면 협상도 주저하지 않는 반 총장의 포용정책이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반 총장의 임기 절반을 평가한 ‘유엔의 보이지 않는 사람’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반 총장의 성과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반 총장은 “세계 언론을 분석해 보면 70%는 내가 잘했다고 하는데 30%는 비판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비판이 돋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반 총장은 “이번 유엔 총회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125개국 정상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이번 총회에서 세계 정상들은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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