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재건축, 재개발 예상지역의 주택을 사서 되팔거나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18일 제기됐다.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백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및 탈세, 장남의 병역, 논문 실적 부풀리기 등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 살지도 않을 집 수차례 사고팔아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백 후보자가 살지도 않을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등 부동산 투기로 시세 차익을 챙기거나 세금을 회피했다는 의혹이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백 후보자의 부동산 거래 내용을 조사한 결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동작구 상도동 등 재개발 예상 지역 2곳과 재건축 예상지역인 양천구 목동 한 곳을 비롯해 제주도 콘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오피스텔 등에 투기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도대체 살지도 않는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야당 의원들에 따르면 백 후보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면서 재건축이 예상되는 72.16m²(약 22평)의 이촌동 복지아파트 한 채를 2억 원에 사들였다. 이 아파트는 2001년 전용면적 100.92m²(분양면적 40평형) 규모의 동부센트레빌 아파트로 재건축됐다. 백 후보자는 당시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아 현재 보유하고 있으며 시가는 12억 원이다.
백 후보자는 2000년 12월 목동의 전용면적 142.5m²(약 43평)의 아파트 한 채를 3억8000만 원에 샀다가 한 달 후인 2001년 1월 같은 가격에 되팔았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목동 아파트 기준시가는 4억7200만 원이었지만 계약서상으로는 1억8400만 원으로 신고됐다”며 “세금을 덜 내려고 ‘다운계약서’를 쓴 게 아니냐”고 물었다. 백 후보자는 목동 아파트를 살 때 이미 이촌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
백 후보자는 2001년 6월 재개발이 예상되는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39.6m²(약 12평)의 다세대주택 한 채도 9000만 원에 샀다. 이후 이 지역은 재개발에 들어갔고 백 후보자가 산 다세대주택은 2003년 84.7m²(약 25평)의 상도동 래미안 2차아파트로 재개발됐다. 이후 박 후보자는 2006년 9월 이 아파트를 4억5000만 원에 매도했다. 5년 사이에 4배의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당시 재개발조합장이었던 이모 씨(74)는 “당시 땅 한 평에 명의만 올려놓아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며 “상당수 외지인이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미리 땅을 사두고 나서 이득을 봤다”고 말했다.
또 백 후보자가 2005년 12월 봉천동 오피스텔 1채를 구입해 임대한 것과 2006년 제주 제주시 삼도2동의 수익형 호텔 분양권을 구입해 지난해 매도한 것도 투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 백 후보자 “법에 어긋난 것 없어”
백 후보자는 “용산 아파트의 재건축 공사로 몇 년간 무주택 상태였다”며 “이촌동 아파트는 현재 거주 중이고 목동 아파트는 친구의 사정으로 급하게 사줬다가 그 친구에게 같은 값에 되팔았다”고 답변했다. 백 후보자가 ‘친구’라고 밝힌 서울대 A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인 이유로 아파트를 팔고 샀다”며 백 후보자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백 후보자는 제자의 학위 논문에 이름을 같이 올리는 실적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는 “학계의 원칙이고, 서울대 연구윤리지침에 지도교수를 명기하는 규정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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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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