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영 후보자 수차례 부동산투기 의혹

  • 입력 2009년 9월 19일 03시 03분


“악수는 해야죠”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오른쪽)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백 후보자와 악수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백 후보자 장남의 병역 문제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악수는 해야죠”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오른쪽)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백 후보자와 악수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백 후보자 장남의 병역 문제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아파트 사면 재건축… 다세대 사면 재개발… 다운계약서까지…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재건축, 재개발 예상지역의 주택을 사서 되팔거나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18일 제기됐다.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백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및 탈세, 장남의 병역, 논문 실적 부풀리기 등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 살지도 않을 집 수차례 사고팔아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백 후보자가 살지도 않을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등 부동산 투기로 시세 차익을 챙기거나 세금을 회피했다는 의혹이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백 후보자의 부동산 거래 내용을 조사한 결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동작구 상도동 등 재개발 예상 지역 2곳과 재건축 예상지역인 양천구 목동 한 곳을 비롯해 제주도 콘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오피스텔 등에 투기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도대체 살지도 않는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야당 의원들에 따르면 백 후보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면서 재건축이 예상되는 72.16m²(약 22평)의 이촌동 복지아파트 한 채를 2억 원에 사들였다. 이 아파트는 2001년 전용면적 100.92m²(분양면적 40평형) 규모의 동부센트레빌 아파트로 재건축됐다. 백 후보자는 당시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아 현재 보유하고 있으며 시가는 12억 원이다.

백 후보자는 2000년 12월 목동의 전용면적 142.5m²(약 43평)의 아파트 한 채를 3억8000만 원에 샀다가 한 달 후인 2001년 1월 같은 가격에 되팔았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목동 아파트 기준시가는 4억7200만 원이었지만 계약서상으로는 1억8400만 원으로 신고됐다”며 “세금을 덜 내려고 ‘다운계약서’를 쓴 게 아니냐”고 물었다. 백 후보자는 목동 아파트를 살 때 이미 이촌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

백 후보자는 2001년 6월 재개발이 예상되는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39.6m²(약 12평)의 다세대주택 한 채도 9000만 원에 샀다. 이후 이 지역은 재개발에 들어갔고 백 후보자가 산 다세대주택은 2003년 84.7m²(약 25평)의 상도동 래미안 2차아파트로 재개발됐다. 이후 박 후보자는 2006년 9월 이 아파트를 4억5000만 원에 매도했다. 5년 사이에 4배의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당시 재개발조합장이었던 이모 씨(74)는 “당시 땅 한 평에 명의만 올려놓아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며 “상당수 외지인이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미리 땅을 사두고 나서 이득을 봤다”고 말했다.

또 백 후보자가 2005년 12월 봉천동 오피스텔 1채를 구입해 임대한 것과 2006년 제주 제주시 삼도2동의 수익형 호텔 분양권을 구입해 지난해 매도한 것도 투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 백 후보자 “법에 어긋난 것 없어”

백 후보자는 “용산 아파트의 재건축 공사로 몇 년간 무주택 상태였다”며 “이촌동 아파트는 현재 거주 중이고 목동 아파트는 친구의 사정으로 급하게 사줬다가 그 친구에게 같은 값에 되팔았다”고 답변했다. 백 후보자가 ‘친구’라고 밝힌 서울대 A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인 이유로 아파트를 팔고 샀다”며 백 후보자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백 후보자는 제자의 학위 논문에 이름을 같이 올리는 실적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는 “학계의 원칙이고, 서울대 연구윤리지침에 지도교수를 명기하는 규정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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