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의 ‘세종 자족도시 플랜’은 과학도시?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7분


“여러 시나리오 있어… 아이디어 반영 노력할것”
특별법 국회 대기 중인 ‘과학 비즈벨트’ 유력
대학-녹색산업 유치도 대안… 서울대는 반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종시를 자족도시로 만드는 데 온 힘을 바치겠다”고 전날에 이어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고향이 거기(충남 공주)라 상당 기간 생각해봤다. 여러 시나리오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종시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의 질문에 “총리로서 자족적 도시로 만들기 위해 제 아이디어를 많이 넣으려고 광범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청문회에선 “과학연구기관, 비즈니스 관련 기관, 대학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가 언급한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란 어떤 모습일까.

이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과학도시와 교육도시로 방향을 바꾸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녹색도시와 기업도시 안도 검토가 가능하다. 현재 세종시 조성 지역의 토지수용은 이미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사업 방향만 잘 조정하면 추진하기 어렵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 후보자가 언급한 ‘과학연구기관’은 사실상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2015년까지 3조5000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기초과학연구원과 초대형 연구시설인 중이온가속기가 설치되는 선진국형 과학 중심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올해 2월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기초과학과 중장기적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거점도시의 자족 기능을 위한 지식기반 산업 및 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 문화예술, 글로벌 환경을 갖춘 ‘유비쿼터스 도시’를 만들고 녹색기술의 ‘테스트베드(Test-Bed)’ 기능을 더해 과학과 문화예술이 융합한 국제적 도시환경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07년 12월 “충청권에 행정도시 외에도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이 대통령은 “과학도시는 행정도시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다. 길면 5년 짧게는 3년이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도시는 이미 일부 시설을 세종시로 옮기기로 한 KAIST와 고려대 외에 서울대 이공계 학과 일부 등을 합쳐 만드는 방안이다. 이 경우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한 9부 2처 2청의 정부 부처 중 교육과학기술부만 옮길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대 측은 일부 학과의 이전 방안에 대해 “학과를 여기저기 흩어놓으면 통섭적인 학문 활동에 방해가 된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세종시가 교육도시를 중심으로 하면서 계획대로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의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울대 정도의 대학을 유치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녹색도시는 신재생에너지와 탄소저감 기술 등 녹색성장산업 관련 기업과 연구소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두는 국책 사업이 녹색성장인 만큼 거기에 걸맞은 모델로 세종시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현재 건설 중인 세종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난개발과 투기 방지를 위해 시가지 주변 지역을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녹지 확보 등 친환경적 도시계획에 따라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 공간을 친환경적으로 꾸미고 자원순환형, 에너지절약형 기술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저탄소 녹색도시 공간 계획을 접목한다면 녹색 성장의 개념에 맞출 수 있다. 그러나 ‘녹색 개념’만으로 자족 기능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업도시는 세종시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기업이나 외자를 유치하는 방안이다. 산업 연구 관광 레저 업무 등 경제활동과 관련된 주된 기능에 주거 교육 의료 문화 등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자족적 복합 기능을 함께 갖춘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다국적기업, 나아가 국제기구까지 유치할 수 있다. 세종시 터가 이미 사유지가 아니라 토지개발공사 땅이기 때문에 조성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아 가능한 방안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다른 기업도시와의 차별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세종시의 자족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념을 혼합해 세종시 사업 방향을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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