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와 장관, 대법관 후보로 내정된 인사 8명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22일로 모두 끝났습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0년이고, 이후 2003년과 2005년 그 대상자가 점차 확대됐습니다. 10년 가까이 청문회를 경험해봤으니 이번에는 뭔가 다를 것으로 기대했으나 '역시나' 였습니다.
이번에도 모든 관심은 도덕성에 맞춰졌습니다. 위장 전입, 세금 탈루, 병역, 국적, 논문, 부동산 문제 등 메뉴도 이전과 비슷했습니다. 그동안 도덕적 흠결로 13명이 낙마하거나 사퇴했는데도 여전히 도덕성 시비를 제공하는 후보자가 등장한다는 것은 실망스럽습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오로지 도덕성 검증의 장으로 이용하는 것도 정상은 아닙니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고위 공직자로서 타인의 귀감이 될만한 품행을 지니고 있는지, 국가관과 세계관은 어떠한지, 맡게 될 직책에 합당한 리더십과 능력,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자는 취지입니다. 제도는 신식인데 활용 방식은 구식입니다. 비싼 다기능 휴대전화를 사서는 오로지 전화 걸기와 받기만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야당이 도덕성 검증에 치중하는 것은 방법이 쉽고, 상대방과 정권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험으로 치면 객관식에 가깝습니다. 국가관이나 리더십, 능력 등을 검증하는 것은 주관식 시험만큼이나 방법이 어렵고 적격 부적격을 판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객관식 시험만 좋아하다보면 수험생이나 채점관이나 질이 떨어지기 십상입니다.
이제 개선할 때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도덕성 검증에 쏟는 시간과 정력을 줄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여야 합의로 법 위반이나 일탈의 고의성, 동기, 그리고 당시의 관행까지 감안해 적격, 부적격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아예 그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자를 지명해야 하고, 그럼에도 국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면 후보 지명을 철회해야 합니다.
검증의 방법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확인이 안 된 의혹까지 덜렁 제기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조사와 본인 해명을 토대로 책임 있게 제기해야 합니다. 인사청문회는 국정에 참여할 인사의 됨됨이를 따지라고 마련해준 자리이지, 정치공세를 펼치라고 깔아준 멍석이 아닙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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