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 간에 혼선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자 미국 측이 진화에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23일(현지 시간) “북한의 비핵화라는 6자회담의 목표와 관련해 한미 간에는 어떠한 간극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무부 당국자는 이날 “이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언급한 ‘그랜드 바겐’과 관련해 아무런 논란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미 양국은 매우 긴밀한 조율을 해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을 제외한 5개국 사이에는 북핵문제 진전을 위한 방안과 관련해 매우 폭넓고 깊은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며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포괄적인 방법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뜻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민주당 등 야당은 ‘그랜드 바겐’이 사전조율도 안 된 현실성 없는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24일 국회 고위정책회의에서 “‘그랜드 바겐’이 ‘그랜드 에러’가 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결국 한번에 최종 단계인 핵 폐기까지 가야 체제 안정과 지원을 보장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북한이 수용할 수 없는 ‘선(先) 핵 폐기’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이런 주장에 미국은 당황하고 (핵시설 폐쇄-불능화-핵 폐기라는) 단계별 접근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의원은 “사전협의가 안 됐기에 이 대통령이 ‘그랜드 바겐’이라고 하자 미국은 ‘작지만 근본적인 스텝’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시기적으로도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이런 안을 내놓는 것은 협상장 문 안에 들어가기도 전에 터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최고위원·당5역 연석회의에서 “지금 거론되는 북핵에 대한 포괄적 해결방식은 매우 비현실적”이라면서 “김정일(국방위원장)이 먼저 핵을 폐기하리라고 믿는다면 너무도 순진하고 소박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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