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서 26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측의 가족을 만날 예정이던 이산가족 4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결국 상봉을 포기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6∼28일 열리는 1차 상봉 방문단의 최고령자였던 박양실(96.여)씨도 이 중에 포함됐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25일 "박양실 할머니가 어제 집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집결 장소인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오지 못했다"고 했다.
박씨는 1951년 1.4후퇴 때 고향인 황해도 은율군에 두고온 딸 리언화(62)씨를 58년만에 만날 계획이었지만 상봉을 하루 앞두고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박 할머니의 아들인 이대원(63)씨가 어머니 대신 북측 여동생인 리언화씨와 상봉하게 됐다"며 "당초 동행가족 신분이었던 이대원씨를 박 할머니 대신 방문단에 포함하는 데 북측이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박씨의 불참으로 정대춘(95)씨가 이번 1차 상봉행사의 최고령자가 됐다. 정씨는 북한의 막내아들 정완식(68)씨를 만날 예정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우영락(80)씨는 평소 앓던 당뇨병에 최근 호흡곤란 증세까지 겹쳐 금강산행 꿈을 접었다.
우씨의 부인 유영애(80.여)씨는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뇨 하나만 있었어도 약을 챙겨서라도 가겠다고 했는데 숨쉬기가 곤란해 결국 이렇게 됐다"며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부모형제 다 죽고 이번에 조카라도 만나게 됐다며 들떠 있었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얼마나 아프면 안 가겠다고 할까.."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행화(90.여)씨는 노령 탓에 자식도 못 알아보고 걷지도 못할 만큼 건강이 나빠 가족이 대신 상봉포기 결심을 내린 경우다. 박씨의 큰아들이 어머니 생전에 북측 가족을 만나게 해줄 마음으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었다고 한다.
큰아들은 최근 북한에 있는 자신의 동생이자 박씨의 아들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어머니에게 알렸으나 노령인 박씨는 이를 알아듣지도 못했다는 전언이다.
부산에 사는 김혜자(68.여)씨는 금강산 방문을 1주일 앞두고 병원을 찾았다가 희소병 진단을 받고 상봉을 포기했다.
그는 북측의 부모와 숙부 등이 모두 사망해 이번 상봉행사에서는 얼굴도 모르는 조카와 이복동생을 만날 예정이었다. 그는 "칫솔, 치약이라도 많이 사서 전해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돼버렸다"며 아쉬워했다.
김씨는 "이제 나이도 있는데 또 가게 되겠느냐"면서도 "그래도 기회가 생기면.."이라며 다음 상봉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한편, 1차 상봉에 참가하는 남측 가족 97명과 동반가족 29명은 이날 오후 2시50분께 집결을 마쳤으며 오후 4∼6시 방북교육을 받았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1차 행사 남측 단장인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도 이날 오후 속초에 도착했다.
(속초=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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